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위기의 여자

gowooni1 2011. 3. 6. 12:51

 

 

 

 

모니크는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왔던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돈을 잘 버는 의사 남편이 있고 다 큰 딸이 둘 있으며 휴가 때에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집안일은 파출부가 해결해주는 부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가족을 위한 헌신으로 가득 채우는데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현모양처였다. 자신의 일을 하는 것보다 남들을 위한 삶을 사는 것, 그녀는 그것을 헌신과 희생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자 실행할 수 있는 제일 가는 미덕이라고 여겼다. 가족 구성원이 자신의 그 모습에 만족을 느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특히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그녀의 삶에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다. 큰 딸 콜레트는 얼마 전 착한 남자 장 피에르와 결혼을 해서 근처에 살고 있고 작은 딸 뤼시앤은 뉴욕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며 독립을 했다. 겨우 끝난 아이들 양육 문제도 벗어났으니 이제 모니크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 모리스와 함께 남은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게 보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딸들이 집에서 떠나주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무섭게 모리스의 고백이 시작되었다. 모리스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녀를 결코 잃고 싶지 않다고 자신의 아내에게 직접 고백을 해 온 것이다.
 
모니크는 처음에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그러면 그동안 남편이 연구소에서 밤을 새워 일하느라 늦었던 것도 실은 그 여자와 함께 있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던 것이고 가끔 연락이 되지 않은 것도 그러했으며 이따금 한껏 다정한 표정으로 전화통화를 하던 것까지 모두 말이 들어맞았다. 하지만 모니크는 큰 착각을 하나 했는데, 모리스의 불장난은 일시적인 것이며 남편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자신 한 사람 뿐이라는 자만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모리스의 불장난이 끝날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려주기만 하면 그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모리스는 자신이 바람이 피운지 5주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을 했고, 그 상대는 천박하고 야심많으며 성공을 꿈꾸는 그렇지만 예쁘고 날씬하기는 한 서른 여덟살의 변호사 노엘리 게라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니크는 남편의 말을 믿을수가 없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다. 모리스와 노엘리의 사이는 5주가 된 것이 아니라 벌써 1년이 넘게 지속되는 중이었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모니크 뿐이었다는 것이다. 상태가 그러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노엘리에 대한 모리스의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라는 이야기였고, 불장난이었으면 굳이 모니크에게 알릴 필요도 없었는데 알려왔으니 그 마음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모리스가 곧 있으면 헤어질 여자에 대해 모니크에게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만큼은 자명했다.

 

모니크는 점점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남편 모리스는 늘 그녀에게 좋은 면을 이야기했고 모니크 역시 그것이 자신이 가진 장점들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자신의 장점을 비춰주는 거울이 한순간에 사라졌고 모니크 역시 자신의 장점들이 실은 장점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며 가정의 평화와 행복과 조화를 중시해오던 모니크의 미덕은, 자신을 가꾸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고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남자들처럼 속세적 야망이 큰 노엘리 게라르라는 이혼녀의 미덕에 비추어봤을 때 한심하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것들로 전락하고 말았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모리스는 이렇게까지 말했다. 모니크는 지금껏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고 발전하는 생활을 하고자 하는 자신의 열망을 이해해 준 적이 없었다고. 모니크는 그것이 이해가지 않는다. 모리스의 일은 이제 자신이 이해하기 위한 선을 넘어 지나치게 세부적이 되었고 그것은 자신이 애를 써도 흥미가 생기지 않는데 어떻게 그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관심도 안가는데 억지로 관심있는 척 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모리스는 이제 더욱 뻔뻔해진다. 자신의 정사를 공공연하게 받아들인 아내의 입장으로서, 자신이 노엘리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모니크는 기절할 정도로 기겁을 하며 울부짖고 반대를 하지만, 이미 마음이 그쪽으로 향한 모리스를 잡을 수는 없다. 모니크는 점점 더 절망속으로 빠진다. 더욱 추해지고 더욱 매달린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모리스는 노엘리에게로 달아날 뿐이다.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무 모리스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좀 찾아보라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모니크에겐 어렵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모니크가 원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오로지 모리스 하나 뿐인데, 지금까지 모니크는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삶의 방식을 바꾸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모니크에게 자신을 위해 산다는 것은 노엘리처럼 천박하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들이나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모니크의 머릿속에 영감 같은 것이 스쳐지나간다. 모든 것은 자신 때문이라는. 모니크는 자신의 평온한 삶에 길들여져 있어서 거기에만 만족을 해왔고, 더 이상 발전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리스는 늘 발전하고 싶어했다. 정신적으로 더 나은 삶의 질을 만들어보고 싶어 했지만 모니크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남편의 수준에 맞추지 못한 것은 자신이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더 배워보려는 욕망도 없었고 일을 하면서 삶을 즐겨보려고 하거나 교양을 쌓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들을 딸들이 독립을 하면 시작해야겠다고 막연하게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이제 와서 어렴풋하게 깨달았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남편과 노엘리의 18개월 된 사이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욱 돈독해지고 있었으며 자신과 남편의 22년 된 결혼 생활은 다시 메워질 수 없도록 금이 가는 중이었다.

 

둘은 결국 별거에 들어간다. 별거는 어쩌면 노엘리를 선택하지도 못하고 모니크를 선택하지도 못한 모리스의 우유부단한 선택이다. 별거에 대해 노엘리나 모니크 모두 화를 낸다. 둘 다 모리스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모리스는 두 여자 사이에 끼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모니크가 뉴욕에 있는 뤼시앤을 방문하는 동안 모리스는 짐을 챙겨 자신이 구한 아파트로 나간다. 모니크 역시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이나마 시도한다. 일자리를 구하고 밥을 먹기 시작한다. 모리스가 자신에게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44살의 모니크가 생각할 때, 모리스 없이 살기는 힘들어도 자살을 하기엔 삶이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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