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역사*문사철200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결국은 욕망

gowooni1 2010. 12. 19. 17:31

 

 

 

역사 혹은 세계사라는 것을,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남겨진 기록이라고 단순히 명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난 몇천 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기록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태양이나 지구의 변천사 또는 수없이 탄생하고 멸종되었을 생명이 아니고 오직 인간이 서로 얽히고 얽혀 살아온 스토리이다. 이 지구상에 자기 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을 때 내 인생의 의미마저 사라져버리고 마는 철저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속성상, 우리는 결국 인간 그 이상의 것에서 아무 가치도 찾지 못한다. 자신은 신을 위하여 태어났고 그분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도 내일 당장 지구상에서 홀로 남겨지게 되었을 때에도 신을 위해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인간으로 태어나 동족과 함께 동시대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더욱 긴 수명이 있었더라면 반복되지 않을 인간적 실수나 착오들은 어쩔수 없이 한 세대의 사이클로 반복되며 역사는 기록되어 왔다. 자칫 부질없다고 느껴질수도 있는 이 지난한 과정들이 그래도 희망적이고 조금씩 발전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기록된 역사 덕분이다. 기록된 역사 덕분에 인류는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착오들을 굳이 겪지 않아도 차츰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선조들이 이룩해 놓은 기반 위에서 미약하게나마 한층 더 벽돌을 쌓아 올려왔다. 그들이 남긴 역사적 사실 아래서 후손들은 지식을 얻고 통찰력과 혜안을 발전시켰다. 세상을 지배해왔던 사람들은 그런 지혜를 획득한 사람들의 몫이었다. 비록 그 지혜가 비열한 것인지 덕성이 가득찬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가시적으로 보면 역사는 인류가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투쟁이었다. 남의 나라의 금은보화를 얻기 위해, 더 넓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더 많은 노예를 확보하기 위해 싸워온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런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의 껍질을 한번 벗겨보면 내부에는 무수한 욕망의 흐름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남들은 가졌지만 나는 갖지 못한 것을 얻고 싶다는 갈망.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 희소성이 부여되어야 했다. 금이 분명 아름다운 금속임에는 틀림없지만 길거리에 차고 넘치는 것이었다면 금본위제 화폐제도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인류의 수가 아직 미미하여 굳이 영토확장을 할 이유가 없었을 때에는 니땅 내땅 하며 싸울 필요도 없었다. 욕망의 구조란 동족끼리 어떤 것에 동등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다고 암묵적으로 합의했을 경우에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사는 물론 현재의 역사를 이루는 기반도 전부 인간의 욕망 흐름 구조다. 스타벅스의 커피 한잔에 두는 가치는 단순히 커피 원두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어떠어떠한 사람이다, 라고 사람들이 부여하고 인정하게 된 가치 때문이다. 이런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은 괜찮은 사람의 표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낸 마케터들의 노고 덕에 그 커피를 원하는 대중들의 욕구를 창출할 수 있었다. 얼핏봐서는 싸구려 합성 천 혹은 피혁으로 보이는 프라다가 그 세모난 마크를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몇 백배의 가치를 달고 단순히 외모만 봤을 때는 별볼일 없어보이던 여배우가 하루아침에 대중의 우상이자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이유도 비슷비슷한 이유다.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에서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그 다섯가지 힘을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로 구분한다. 여기서 몬스터란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을 일컫는다. 어쨌거나 이정도면 세계사와 근현대사를 이끌어온 이념이나 제도의 거의 웬만한 것들을 언급했다고 말해도 무방할 듯 싶은데, 결국 이 모든 것도 뭉뚱그려 말하면 욕망에서 가지치기 된 제도들에 불과해 보인다. 사람들이 어딘가에 공통적으로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사회구조적 역사. 파시즘 나치즘도 처음엔 패배의식으로 가득찼던 국민들의 절대적 우상을 원하던 욕망에서 나온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처럼, 기독교가 중세 암흑시대를 이끌면서 1천년이라는 그 오랜시간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가 자부심이 낮아진 인류가 절대적 존재를 원했던 심리가 배경이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