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역사*문사철200

성호 이익의 칼럼집-성호사설

gowooni1 2009. 2. 18. 22:10

 

 

 

성호사설(나랏말싸미 8)

저자 이익  역자 민족문화추진회 편  
출판사 솔   발간일 1997.03.15
책소개 조선영조때의 실학자인 성호의 저서 해설서. 이익이 40살 이후 기록해둔 것을 편찬한 책으로서 `당론...

17세기 초중반까지 조선사회의 붕당정치는 그럭저럭 잘 유지되고 있었다. 동인과 서인, 또 다시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서인은 소론과 노론으로 나뉘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며 비판과 견제를 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속한 당이 다 옳다는 식의 생각관은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듯하지만, 그래도 이때까지는 왕권을 강화시켜가며 상대당끼리 부정한 일도 견제하는 식으로 조정이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17세기 말 숙종때 경신환국(경신대출척)이 일어나면서 서인이 집권하고 남인의 다수가 희생되었는데 이때부터 환국정치는 시작되고 붕당은 일당전제화가 되기 시작했다.

 

한 당이 권력을 독점하기 시작하면 당연히 희생자는 많아지고 부패가 생기기 마련이다. 경신환국때에는 남인이 그 희생자였는데, 성호 이익도 이 환국의 간접적 희생자가 아닐수 없겠다. 성호 이익 선생은 일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학문하는 데에만 힘써 가난하게 살았다. 그런 사람이 무슨 정치의 희생양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속사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그의 아버지 이하진이 바로 남인이었는데 경신대출척의 대표적 희생양으로 이익이 태어난지 1년만에 죽었다. 이익은 둘째 형 잠에게 학문을 배우고 그를 아버지처럼 따랐으나 잠 역시 장희빈을 옹호하고 노론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상소를 올리다가 장살(맞아죽는것) 당하고 말았다.

 

그런 그였으니 벼슬에 욕심이 생길리 만무하였을테고, 초시는 합격하였지만 이내 벼슬길을 포기한채 학문에만 매진하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도 안산에 은거한다. 그는 약간의 토지로 생계를 유지한채 두문불출 독서에만 전념하며 수많은 저술을 남겼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성호사설'이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사설인데, 그가 40이 넘어 이런 저런 생각을 적어놓은 것을 한데 묶은 것이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단상집이나 칼럼 모음 정도가 된다. 그는 성호학파를 이룰 정도로 학명을 얻어 영조 3년에는 작은 벼슬에 임명되었으나 이를 사양하였고, 말년에 영조의 노인우대정책에 따라 또 한번 임명되었으나 끝끝내 사양한채 가난하고 청렴한 선비로서의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익은 반계 유형원의 영향을 크게 받은 실학자이다. 유형원이 그러하였듯 이익도 중상학파가 아닌 중농학파이며, 그리하여 농업기반의 경제를 중시하였고 상업은 좋게 보지 않았다. 성호사설에도 나오지만, 그는 화폐경제는 나쁜것이라고 잘라말한다. 그 이유는 화폐경제가 탐관오리의 수탈을 편하게 해주는데만 쓰이고 농민의 생활개선에 도움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쎄, 평생 시골에서 학문만 하고 농민들만 봐오며 견문이 좁았던 그가, 하필 그가 살던 시대가 부패가 왕왕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고 하니 그렇게 생각할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박제가처럼 다른 나라에서 견문을 넓힐 기회가 있었다면 꼭 그리 단정하지는 않았을 듯 싶다.

 

또 그는 자신이 최대의 피해자인만큼 붕당정치를 잘 비판한다. 곽우록에서는 따로 붕당론을 저술할만큼 비판적이며, 성호사설에서도 첫부분에 당론이라 하여 이를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것만 비판하는것이 아니라 양반문벌제도, 과거제도, 노비제도, 사치와 게으름, 미신 등등을 비판하며 이것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조선시대의 노비제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는데, 그 당시 사회가 일천즉천(부모 중 한쪽이 노비면 자식도 노예)인 사회였고 노비역시 재산으로 대대손손 물렸기 때문에, 중농학파긴 하지만 깨어있는 정신의 실학자인 성호선생의 눈으로 보기엔 부당한 점이 많았던 것이다.(이것이 어찌 성호 이익만의 생각이었겠냐만은 여튼) 노비는 세습되어서는 안되고 단순한 고용관계로 되어야 하며 관직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 당시 어찌 받아들여졌을지 모르겠지만 센세이션과 동시에 지지도 얻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이 책이 현시대 사람들의 사상에 적용되기에는 어느정도 한계는 있으나 분명 괜찮은 책이다. 기본적으로 강하게 성리학적 사고가 깔려 있고, 이익이 미신타파를 주장했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옛사람이라 미신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볼 수 있다. 부녀자의 정절을 논하는 것이나 조선의 풍속을 논하는 것에서도 유교적 사고가 고스란히 드러나므로, 그당시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보는데는 도움이 된다. 또 팔도의 풍속과 지리적 이득, 생산물 등을 자세히 말하며 고대사회(고구려, 백제, 신라, 삼한)와 연관하여 지리의 특징을 알려주는 것도 200년 전 조선 땅의 풍습이 어떠하였는지를 엿보기에는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