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새엄마 찬양 - MARIO VARGAS LLOSA

gowooni1 2010. 12. 8. 22:58

 

 

 

 

올해로 마흔 살이 된 루크레시아 부인은 점점 더 활짝 피어나고 있었다. 마치 지기 직전의 꽃처럼 육체적으로 가장 매혹적인 냄새를 풍기며 남편을 매혹했고, 남편의 사랑을 받아 정신적으로도 충만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얼마전 결혼한 남편 리고베르토 씨는 보험회사의 중간관리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보장해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새 아내에게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육체적 행복이 무엇인지 톡톡히 느끼게 해주었다. 리고베르토 씨에게 유일한 고민이 하나 있다면 자신이 너무나 행복하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행하며 그렇기 때문에 행복이란 건 쉬이 남들의 시기로 인해 빼앗기기 쉬웠다.

 

자신의 재혼에 대체적으로 만족했지만 루크레시아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리고베르토 씨가 사별한 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알폰소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직 사춘기 직전인 알폰소에게 새엄마라는 자신의 존재가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건 어느 정도 사실이었고 그래서 루크레시아는 늘 알폰소에게 점수를 따서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매일 밤마다 아래층에 있는 알폰소의 침실로 직접 내려가 굿나잇 키스를 해주는 것도 상냥하고 괜찮은 새엄마가 되기 위한 그녀의 노력 중 하나였다.

 

그런 자신의 노력이 드디어 보상을 받으려는 것인지, 마흔 살 생일에 루크레시아는 생애 가장 기쁜 선물 중 하나를 받았다. 바로 그렇게 마음을 얻기 힘들던 알폰소가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이번 시험에서 일등을 해 새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편지를 남긴 것이다. 너무나 기쁜 루크레시아는 나이트 가운을 걸쳐야 한다는 생각도 잊은채 한시라도 빨리 고마움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반나체 가까운 차림으로 알폰소의 방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자신을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알폰소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닫지만, 아이는 천진난만한 몸짓으로 한가득 사랑을 담아 새엄마에게 키스를 했다. 순수한 기쁨을 나타내는 아이의 키스를 받으면서 루크레시아는 반나체 차림에 지나치게 걱정을 한 자신이 더 우습게 느껴졌다. 그러나 곧 아이의 뜨거운 입술은 새엄마의 입술을 찾았고 천사같던 손은 루크레시아의 풍만한 가슴 위를 더듬었다. 황급히 아이와 몸을 떨어뜨리지만 마치 사탕을 빼앗긴 아기처럼 실망을 가득 담은 알폰소를 보고 루크레시아는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남편 리고베르토 씨과의 생활은 이상적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했다.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이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는 그보다 훨씬 이상의 것을 원했다. 아이는 자신에게도 리고베르토 씨와 공유하는 정도의 사랑을 요구했다. 자신도 아버지만큼 사랑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자살을 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루크레시아를 괴롭혔다. 금지된 것에서 더욱 강렬한 쾌감을 느끼는 법. 루크레시아는 결국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알폰소와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어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두 명이 되면 한 사람에게 나눠지는 사랑이 절반이 되는 것일까? 적어도 루크레시아는 그렇지 않았다. 알폰소와의 에로틱한 관계가 있음으로써 리고베르토 씨와의 성생활에 더욱 쾌감이 뒤따랐다. 루크레시아는 이렇게 속으로 속삭였다. '알폰소, 네가 있음으로서 내 남편과의 사랑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이 되어버렸는지! 네가 있어서 행복이 난 두 배로 된단다!'. 절대적으로 안된다고 여겼던 도덕관이라는 것이 한번 허물리고 나면 얼마나 부질없어 보이는 것이던가. 루크레시아는 알폰소와 관계를 가지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자신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며 '이건 모두 우리의 마음이 진실되기 때문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책을 느끼지 않는거야.'라고 정당화시켰다.

 

그러나 즐거운 것은 짧고 영원한 비밀은 없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리고베르토 씨가 루크레시아를 버리고 다시 예전처럼 삶의 즐거움이란 것이 무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되어버렸을 때, 리고베르토 가의 가정부 후스티니아나가 알폰소에게 말한다. 넌 이 모든 것을 일부러 꾸몄어. 넌 여전히 어린 애야. 그렇기 때문에 다른 여자가 네 엄마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두고 보지 못하는 거지. 넌 고의적으로 새엄마를 사랑하는 척 했고, 그녀가 너를 사랑하게 만들었으며, 일부러 리고베르토 씨가 이 모든 사실을 알도록 만든 거야. 알폰소의 반응에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세상의 도덕에 물들지 않은 아이에게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