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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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아오마메는 택시를 타고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들으며 수도 고속도로를 지나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도로가 정체되고 조금 수상한 택시기사는 그녀에게 이상한 길을 알려준다. 만약 급한 일이 있다면 도로 한가운데 비상계단이 있으니 그쪽으로 내려가라는 것이다. 미심쩍긴 했지만 급했던 아오마메는 그 비상계단을 이용하여 내려왔고 그 길로 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는 세계, 1Q84년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걸 공공연하게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1Q84년에 사는 사람들 중에 몇 명은 그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저기 하늘에 두 개의 달이 떠 있다는 걸 너는 알고 있니? 하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너도 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구나, 하고 무언으로 공감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지를 찾아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아오마메는 자신이 이상한 세계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기에 1Q84년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덴고는 그 세계를 고양이 마을이라고 명명했다. 둘이 사용한 단어는 좀 다르지만 두 명은 같은 세계에 속해 있었고 서로를 그리워 했다. 또 20년 동안 마주치지 않았지만 하늘에 달이 두 개 떠있는 이상한 사실을 알고 있는 동지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 이상한 세계에 속했다는 것을 안 모든 사람이 동지가 되지는 못했다. 아오마메가 덴고를 만나기 위해 들어간 그 세계에서 우시카와는 그들의 적이었다. 종교단체 선구의 의뢰를 받고 아오마메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덴고의 뒤를 미행하던 우시카와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 까지 따라하다가 하늘의 달이 두 개 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오마메와 덴고를 쫓던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1Q84년 혹은 고양이 마을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간 우시카와는 평생 사람들에게 호감이란 걸 사보지도 못하고 살해당한다.
아오마메가 선구의 리더를 죽이던 그날 밤 태풍이 요란하게치고 덴고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후카에리와 성교를 한다. 리더는 아오마메에게 즉시 해석 불가능한 말들을 하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 점차 해석된다. 그날 밤 아오마메는 성교도 없이 임신을 하고, 그건 덴고의 아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안다. 리더를 죽이고 아까울 것도 없던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각오를 하던 아오마메에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씨앗이기도 했다.
그 날부터 아오마메는 덴고를 기다린다. 무조건적이고 기나긴 외로운 기다림. 어린이 공원의 미끄럼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고급 맨션에서 몇 달 간이나 몸을 숨기며 기다린다. 1Q84년 이라는 이상한 세계의 이야기는 이상 종교집단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공기번데기나 리틀 피플이 나타나는 환상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는 결국 덴고를 만나기 위한 아오마메의 기다긴 몸부림이자 2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은 두 영혼을 위한 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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