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싯다르타, 방황하는 영혼을 위한.

gowooni1 2009. 12. 11. 22:40

 

 

 

싯다르타(세계문학전집 58)

저자 헤르만 헤세  역자 박병덕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02.01.20
책소개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유복한 바라문 가정에서 태어난...

 

바라문(인도 카스트 제도 중 제일 윗계급,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이미 소년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빛나는 이마와 왕과 같은 눈매의 외모에 어른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그 안에 담은 싯다르타는 부모님의 자랑거리였고, 동네 소녀들의 열망의 눈길을 그리고 둘도 없는 친구 고빈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타고난 그릇은 너무 커 만족을 몰랐다. 자신이 사람들의 마음을 만족시켜주는 존재였어도 스스로에게서 만족을 찾지 못한 싯다르타는 여전히 불안한 영혼으로 무언가를 갈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그에게 드디어 영혼의 만족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실마리가 비췄다. 여느때처럼 친구 고빈다와 함께 명상을 하던 싯다르타는 갈색으로 그을린 신체에 치부를 간신히 가리는 옷가지만 걸친 사문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야 만 것이다. 그 순간 싯다르타는 느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구걸로 육신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들만 해결하며, 떠돌고 사색하고 지혜를 구하고 진리를 구하는 사문의 길,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아무리 하여도 느낄 수 없던 영혼의 포만감을 위한 길임을 말이다. 그는 자신의 길에 한치의 의심도 품지 않고 아버지의 가슴에 슬픔을 준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가기로 하였다. 그러한 싯다르타의 길에는 그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던 친구 고빈다가 함께 동행을 하기로 했다.

 

싯다르타의 젊은 시절은 그렇게 사문으로 여러 해를 채우게 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자아를 일체 잊고 보다 큰 깨달음을 얻어 영혼을 만족시키는 것. 자기라는 존재를 잊기 위해 그는 억지로 수많은 시간을 명상하고 단식하고 육신이 원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무시하며 지냈다. 하지만 자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면 할 수록 그는 더욱 자아를 인식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워하였다. 그러던 중 그런 그에게 구원의 빛이 펼쳐지는 것 같았으니, 현존하는 최고의 스승이자 해탈의 경지에 이른 고타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싯다르타와 고빈다는 고타마의 제자로 입문하여 여러해를 보내게 된다. 고타마의 제자로 있으면서 두명은 처음엔 온화한 정신세계를 얻는 듯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고타마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싯다르타의 가슴엔 또 다른 자신의 가야할 길이 확실해진다. 깨달음이나 지혜라는 것은 결코 현자로부터 가르침을 얻는다해서 가질수 있는게 아니며 자신이 직접 경험해야만 알 수 있다는 확신. 그 때문에 싯다르타는 고타마의 곁을 떠나게 되고 그의 절친한 친구 고빈다와도 헤어지게 된다.

 

그는 체험, 경험을 필요로 하였다. 그리하여 인생이라는 최고의 학교로 입문한다. 속세로 돌아가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 기다리는 법, 단식하는 법, 사색하는 법을 가지고 모든 것을 차례로 얻는다. 카밀라라는 여자와 사랑을 나누며 그 육신적 기쁨을 알게 되고, 카마스와미라는 거상의 일을 도와주며 엄청난 부를 쌓게 된다. 아직 사문의 기질을 버리지 못한 싯다르타에게 속세의 삶은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며 인간들이 아등바등하며 목숨 거는 그 모든 것들은 부질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싯다르타는 그런 속세의 인간들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고 도움을 주며 가르침을 준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좋아하고 싯다르타 역시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경멸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 그에게 사람들의 삶은 허탈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러해가 흘러 싯다르타는 변하고 만다. 사문의 기질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술을 진탕 마시고 도박을 하여 큰 돈을 잃고 사람들에게 인색해지고, 그리고 늙어갔다. 여전히 그에게는 카밀라밖에 없었지만 언젠가 자신이 그녀를 떠날 것임을 예상한다. 그리하여 속세의 그 모든 것들에 싫증이 났을 때 싯다르타는 어느 누구에게도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돈 한푼 없이 다시 속세를 떠난다. 자기 자신에게 극도의 혐오감을 느낀 싯다르타가 강물에 몸을 던져 인생을 마치려 할때, 그에게 한동안 듣지 못했던 목소리가 들린다. 신의 목소리, 내부의 목소리, 그건 바로 '옴'이었다. 그 완벽한 만트라가 들림으로써 싯다르타는 자신이 어디까지 타락했는가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탄식하는 한편, 더 이상 자신이 속세의 싯다르타도, 사문이었던 싯다르타도 아닌 다른 싯다르타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때, 일평생 어느 누구도 스승으로 여기지 않으며 살아온 싯다르타에게 가장 훌륭한 스승이 나타난다. 그는 바로 가장 천한 직업을 가졌고 아무런 지식도 갖추지 않은, 하지만 그 누구보다 지혜로운 뱃사공 바주데바였다.

 

일평생을 강물 위에서 살아온 바주데바는 가장 경건하고 겸허한 자세로 강물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내면에 신과 같은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가장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의 온 존재를 동원하여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경청해주는 자세가 그것이었다. 싯다르타는 바주데바와 함께 살면서 생명의 단일성을 알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살아온 지난 날에 대한 후회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경멸하는 눈으로 보지도 않으며 시간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어느 경지에밖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의 부족함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재할 수 있다는 완전성을 보게 된다. 모든 우주는 하나이며 진리는 그 어느것에서도, 선에서는 물론 악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을, 현자에게는 물론 살인자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인생의 마지막즈음 늙은 고빈다가 늙은 싯다르타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고빈다가 발견한 건 바로 자신의 스승 세존 고타마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한 또 하나의 신성함, 존경하는 싯다르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