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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집 주인을 닮는 법 - 효재처럼 살아요

gowooni1 2009. 4. 13. 20:26

 

 

 

효재처럼 살아요

저자 이효재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09.04.06
책소개 누구나 꿈꾸는 살림의 지혜를 담은 책! 한복 디자이너이자 보자기 아티스트인 주부 이효재의 살림과 ...

집은 사람을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나의 깔끔한 외모와 지저분한 방은 언제나 대비되니 말이다. 농담이다. 지저분한 방이 농담이란 게 아니다. 정리되지 않은 내면이 지저분한 방에서 고스란히 드러남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집은 정말 그곳에 사는 사람을 닮는 법이다. 집 주인의 내면을 그대로 비춘다.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런 아이템들로 가득하고 심플한 삶을 좋아하는 사람의 방은 단순하다. 그리고 한복디자이너이자 보자기 아티스트로 이름이 나 있는 이효재의 집 역시 그녀의 정갈한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녀의 집과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효재는 50이 넘은 나이에도 항상 해맑게 웃는 아이같은 사람인데 그녀의 집은 너무나 우아하다. 그녀가 꾸며놓은 집에는 우아하고 색이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차 향기를 즐기는 여주인의 모습이 어울릴 법 하지만 그녀는 그보다 발랄한 소녀같다. 아름다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고운 피부의 환하고 앳된 얼굴과 활동하기 편한 개량 한복, 집 안이건 마당이건 맨발로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기품있는 여주인과는 거리가 좀 멀다. 하지만 소녀 같은 그녀는 자신의 모습에서 우아함을 드러내지 않고 집에서 드러내는 법을 터득했나 보다. 그녀의 집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한 기품을 가지고 있는지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나는 어릴때부터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아이였다.'라는 말로 운을 뗀 그녀의 이번 책은 다른 책들처럼 단순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들과 단상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가 자신의 책을 보면, 효재네 집에 마실갔다 온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성공했다. 그녀의 책은 그녀를 닮아있고 그녀의 집을 닮아 있고 그녀의 단순하고 아름다운 내면을 닮아 있어서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야말로 이렇게 늙지 않고 언제나 해맑고 긍정적인 눈을 가질수 있는 것임을 새삼스레 또 느낀다.

 

언제부터인가 하루라는 시간이 매우 짧음을 느낀 적이 있다. 해야할 것은 많은데 하루가 턱없이 부족하여 어떻게 해야 충만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일주일을 하루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마음도 느긋해지면서, 많은 것을 했다는 보람까지 느낄수 있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제한되어 있는데 시간에 쫓기어 마음만 조급해봤자 시간의 노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시계를 잘 보지 않는다. 몇시까지 이 일을 끝내야지가 아니라, 이 일을 끝낼때까지 시계를 보지 않아야지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일주일도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하고 고민했는데 '효재처럼 살아요'는 내게 무릎팍 도사의 역햘까지 해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시간을 '지구 나이'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오늘 이만큼 해야지도 아니고, 일주일동안 또는 한달 안에 이렇게 해야지가 아니라 아주 큼직하게 올해는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단다. 그랬더니 오히려 하루하루가 충만하단다. 일주일을 하루로 생각한 후의 충만함을 느껴서일까, 그녀의 지구나이 계산은 무척 쓸만한 것처럼 보였다. 한번 내 삶에도 적용해봐야겠다. 이제는 나 역시 '내가 무엇을 했느냐 또는 내 안에 담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