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나의 작은 새-에쿠니 가오리

gowooni1 2009. 3. 19. 21:05

 

 

 

나의 작은 새

저자 에쿠니 가오리  역자 이영선  
출판사 문일출판   발간일 1999.04.19
책소개 어느날 아침 길을 잃고 갑자기 날아 들어온 한 마리의 작은 새. 혼자만의 공간 속에 노크도 없이 다...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들이 한국에서 많이 읽히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단순함과 간결성이 그 이유였다. 짧은 호흡의 문장과 쉽게 이해되는 문체는 복잡다단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그 분위기도 대개 단조로운 편이다. 엄청난 스케일도, 깊은 인간 사이의 갈등도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그럴만한 조건이 주어져도 그 소설의 등장인물의 성격 덕분에 그리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는 그녀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사소한 것은 물론, 사소하지 않은 것들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는 성격으로 유추된다.

 

하지만 그녀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서 그것을 신경쓰지도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만약 정말 별것 아닌 일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나중에는 잊어버렸다면 그녀의 소설에 그런 상황의 조건들은 묘사되기 힘들었을 거다. 그녀는 작가로서 주변을 바라보는데 어느정도 거리를 두어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재주가 있다. 그녀만 지닌 재능이 아니라 대부분의 작가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인 '거리두기' 스킬은, 자신의 감정을 아직 잘 다스리지 못하는 자라면 배워도 좋을 것이다.

 

나의 작은 새는 97년도에 쓰여진 매우 짧은 소설이다. 우리 나라에는 99년도에 소개되었는데 이때는 그녀의 대표작 '냉정과 열정사이'가 발표되기 전이었으니 그리 유명하지는 않을 때다. 하지만 그녀의 최근 소설들과 비교해보면, 가장 밝은 분위기의 작품이다. 현실적으로 있기 힘든 '새와의 우정' 이긴 하지만, 어두운 인간의 현실도 없고 그저 동화처럼 가볍다.

 

가볍지만, 새와의 가벼운 대화 중에 간간히 나타나는 '통찰된 인간심리'는 독자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길들여짐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구속의 심리가 특히 잘 나타난다. 상대의 특별한 배려가 나만의 것이기를 바라는 새와 주인공 사이의 묘한 긴장감이 드러나지만, 그 독점욕이 인간이 아니라 '새'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되지 않다. 여기서도 에쿠니 가오리의 특징이 배여있다. 심각한 것을 가볍게 넘겨버리기. 만약 그 새가 주인공의 '사랑스런 작은 새'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그 관계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단어들만 잘 골라서 쓰는 작가의 세련된 문체 덕분에 안락하고 포근한 기분도 느낄수 있다. 마음이 지쳐서 따스함이 그리울때 한번씩 읽으면 쉽게 기분전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