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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사람이 되기 위한 인생의 로드맵 - 니코마코스 윤리학

gowooni1 2008. 12. 28. 10:42

 

 

 

그리스인이 그토록 아름다운 문화를 번영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신보다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철학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할수 있다. 역사상,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리스처럼 최고의 철학자들이 연이어 나타난 적도 드문데 단연 이 시기가 그리스 철학사상 꽃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직접 지은 저서가 단 한권도 없고 그의 말은 오직 제자 플라톤의 대화편에 의해 살짝 엿보일 뿐이다. 그리고 이 세명의 철학자 중 가장 방대한 저서를 남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광범위한 분야의 기본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모든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저술했다. 논리학, 철학, 자연과학, 윤리학, 언어학 등에 관한 저술을 했는데, 그가 이렇게 지식의 기본 틀을 잡아준 덕분에 서양의 철학과 사상이 보다 체계적으로 잘 발달할 수 있었다. 그가 비록 마케도니아 출신이라 아테네 사람들의 환영을 잘 받지 못하고 도피 생활을 해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 생애동안 남긴 저작들을 보면, 아리스토텔레스란 사람이 얼마나 지식을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그의 책들의 기본 사상을 살펴보자면 인류는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기 때문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발행된 윤리에 대한 책이다. 그 이전에는 윤리에 관한 체계가 잡힌 책이 없었고, 기독교처럼 생활 윤리를 총 망라해주는 종교도 등장하기 전이던 시기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강연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고, 그 자료를 모아 낸 것이 이 책이기 때문에 다른 저작들에 비해 논리적 일관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한다. 뒷 부분으로 가면 갈 수록 다소 집중력이 흐트러지게끔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조금 일관성이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산다는 것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사람은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 전 생애를 걸쳐 삶을 영위한다. 그러나 행복에는 '급'이 있다고 한다. 첫째가 쾌락으로 비롯한 행복이고, 둘째가 명예로 비롯된 행복, 셋째는 관조적 삶을 통해 얻어지는 행복이라고 한다. 관조적 삶이란 명상등을 하면서 신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삶이라고 하니 당연히 이 세번째 행복의 급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명예로 비롯된 행복을 저급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명예는 높은 긍지를 가진 사람이 당연히 추구하는 것인데 도덕적인 덕 중 가장 으뜸인 덕이 바로 긍지이고, 그렇기 때문에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큰 긍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가 저속한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직 쾌락을 추구하는 데에서 비롯한 행복이다.

 

모든 물건이 고유의 기능과 특징이 있듯이 사람도 각자 고유의 천성에 어울리는 행복이 있다. 각자가 더 높은 가치를 두는 덕을 좇아 그 덕을 얻기 위한 삶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전 생애에 걸쳐 덕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덕에는 크게 두 종류의 덕이 있다. 도덕적인 덕이 첫째이고 지적인 덕이 둘째이다. 그는 의심할 것도 없이 지적인 덕이 도덕적인 덕보다 더 높은 급의 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도덕적인 덕에 대해 훨씬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조건 지적인 덕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덕이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함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이 그의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강연하기 위한 자료임을 감안해보면 자신의 아들이 '인간은 덜 되었는데 머리에 든 것만 많은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고, 그 때문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도덕적인 덕에 대해 그렇게 상세히 언급했을 것이다. 지적인 덕은 교육의 결과이기 때문에 많은 교육을 받으면 얻어지지만, 도덕적인 덕은 습관의 덕이기 때문에 스스로 반복해 얻지 않으면 안된다.

 

도덕적인 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용기, 절제, 관후, 긍지, 온화함, 사교상의 덕 등이 그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도덕적인 덕은 성품과 관련이 있다. 도덕적인 덕을 쌓지 못한 사람은 중용을 모르는 것이고 성품이 부족한 사람이 된다. 용기가 지나치면 만용이 되고 부족하면 비겁해진다. 절제가 부족하면 방탕이 되고 부족하면 무감각해진다. 관후함이 지나지면 낭비하게 되고 부족하면 인색해진다. 긍지가 지나치면 허영덩어리가 되고 부족하면 비굴해진다. 진실됨이 부족하면 허풍이 되고 부족하면 가짜 겸손이 된다. 친절함이 지나치면 아첨이 되고 부족하면 심술궂어 진다. 도덕적인 덕의 핵심은 중용이다. 적절한 중용을 스스로의 판단하에 추구해야 한다. 또한 중용이란 주관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만용인 사람이 용기있는 사람을 보면 비겁하다고 비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과 기준에 맞춘 삶을 사는 것이 보다 높은 성품을 가진 사람이 되는 방법이다.

 

지적인 덕에는 학문적 인식, 기술, 이성, 실천적 지혜, 철학적 지혜 등이 있다. 지적인 덕은 보다 고귀한 사람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공부를 하는, 더욱 능동적인 정신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고, 이 중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철학적 지혜라고 말한다. 철학적 지혜를 마음 상태로서 소유하고 활동시키면 행복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작 중요한 지적인 덕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어느 하나만 지나치게 추구해서도 안되고 적당한 선에서 맞추며 보다 더 높은 덕을 얻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삶을 살려고 의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행복한 인간의 길에 이르는 길이다.

 

용기, 절제, 긍지, 명예, 철학, 이성 등등을 서열을 매겨 나열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주관적인 성향이 다분히 배여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안 맞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철학보다 용기를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용기를 하위등급으로 나열한 그의 생각에 반대할 것이다. 그러나 최초로 윤리학에 대한 체계를 잡고, 그저 추상적이던 여러 개념을 이용해 사람이 추구해야 할 덕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인생의 바이블로 삼고 싶을만큼 매우 훌륭한 책이다. 책을 하나 둘 씩 알아갈수록, 인생의 바이블로 삼고 싶은 책이 점점 많아져서 큰일이다. 인생의 바이블이 대체 몇권이 된건지 헤아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