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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속의 나를 중시하는 사람에게 던져주고 싶은 선물-혼자 놀기:강미영

gowooni1 2008. 12. 16. 11:25

 

 

 

혼자 놀기: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저자 강미영  그림 천혜정  
출판사 비아북   발간일 2008.11.18
책소개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나만의 새로운 강점을 발견하는 창의적 실험, 혼자놀기! 지친 현...

그저 심심해서 시간이나 죽일 생각으로 책을 읽을 때는 숲을 보는 독서보다는 나무를 보는 독서를 한다. 그냥 읽는 페이지에 몰입할 뿐이고 어쩌다 좋은 문구라도 나와 마음을 설레게 하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그러나 목적의식을 갖고 독서를 하게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조금은 눈 뒷꼬리가 올라가고 입가에 미소는 줄어든다. 대체 이 저자는 나에게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런 책을 썼을까, 한 주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서, 그 생각이 어느 정도나 차고 넘쳤길래 이 책을 쓰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다가온 '혼자놀기'는 저자의 생각을 파고 들고 싶어지는 책이다. 나도 혼자놀기라면 진수를 보여주는 사람인데 말이다.

 

내가 혼자노는 것에 도가 튼 것은 나름 생존의 한 방편이다. 성격상 넓고 얕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몇 명의 친구들과 무덤까지 갈 관계만을 구축하는지라 친구가 많지 않다. 그 몇 안되는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도 애매하고, 나는 근데 하고 싶은게 너무나 많고. 하고 싶은게 있는데 같이 할 사람이 없다해서 포기하는 것은 내 인생을 남에 얶매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한 이후로 오히려 혼자인게 더 편해져 버렸다. 사람들과 함께 있음으로 해서 충전하고 혼자 있음으로 해서 발산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반대로 혼자일 때 충전하고 사람들과 있을 때 발산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둘 중 아무것도 아니다. 혼자 있을 때야 말로 충전도 하고 발산도 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그 중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있을때) 그저 방전만 한다. 발산과 방전은 다르다. 발산은 뭔가 생산적이기라도 하지만 방전은 비생산적이다. 억지로 나의 에너지를 방전 당하면서까지 있을 필요는 없다. 나는 혼자 놀면서 내 안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법을 터득하고, 만땅 충전된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발산하는 여러가지 길을 모색하며 점점 더 충만한 사람이 된다.

 

혼자 잘 노는 사람은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다. 그저 그 외로움을 잘 이용할 뿐이다. 혼자 잘 노는 사람이건 아니건, 누구나 외로움을 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롭고, 즐거운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 외롭지 않으려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고, 재밌는 친구들을 만나지만 마음의 고독은 점점 더 커져갈 뿐이다. 혼자 있으나 사람들 틈에 있으나 어차피 외로운 존재라면 홀로 외로움을 모르는 척 한 채 자신에게 집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내가 혼자 있는 시간 딱 그만큼이라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한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고 싶다. 혼자 있는 시간은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되면 안된다. 혼자 있는 시간 안에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면 괜찮지만 혼자 있는 시간 전체가 아무것도 안하는 시간으로 치환되어 버린다면 소용없다. 나는 여기서 자유와 방종의 차이를 들고 싶다. 자기만의 시간을 온전히 소유한 사람 중, 자신의 계획에 따라 시간을 잘 사용하여 이루고자 하는 바를 얻어가는 사람은 자유를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진정한 귀족이다. 그러나 항상 남이 하라는 대로만 해오고 주체적으로 시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주어진 시간을 이용하지 못하고 그저 흘려보낸다. 방종이다. 진정한 노예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유라고 생각하며 즐겁게 이용하느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다가 버리느냐만 봐도 그 사람이 귀족인지, 노예근성으로 똘똘 뭉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말에 불끈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혼자노는 방법을 터득하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 논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건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면 뿌듯해지는지 모르기 때문에 혼자 놀지 못한다. 혼자 노는 것의 기본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혼자 놀기]는 30살 먹은 저자가, 그동안 혼자 놀아오면서 마음속에 꼭꼭 담아 두었던 자기만의 생각, 혼자노는 노하우 등을 사진과 함께 잘 반죽한 에세이다. 단상斷想집이라고나 하면 되겠다. 그 중에는 혼자 노는데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인 혼자 카페가기, 혼자 밥먹기, 혼자 여행하기, 혼자 영화보기 등등 부터 시작하여 (나름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나도 조금 놀란) 혼자 여관가기까지 있다. 나도 물론 혼자 여관 잘 간다. 그러나 그건 여행 중에 숙박의 개념으로 들르는 것일 뿐, 혼자 여관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 가 본 적은 없다. 저자가 혼자만의 방이 없는 관계로 나름 모색한 아지트가 바로 여관이긴 하지만, 세면도구나 거추장스러운 짐 하나 없이 달랑 돈만 들고 여관가서 놀고 먹고 자고 온다는 부분을 읽을 때 참 진정한 혼자놀기의 대가라고 생각했다. YOU WIN. 나보다 저자가 한수 위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기왕 한수 위임을 인정한 사람에게 두 가지 따라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하나, 혼자 제주도 여행해보고 한라산 등반하기. 두울, 혼자 동물원가서 사진찍고 놀기. 꼭 해봐야 할 일이 두가지나 더 생겨버려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