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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받고 싶은 관우의 빼어난 절개 : 삼국지 4 - 나관중

gowooni1 2008. 12. 3. 21:00

 

 

 

삼국지 4

저자 나관중  역자 이문열 평역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02.03.05
책소개 단순한 재미나 흥미 보다는 지혜롭고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들려 주는 수많은 지혜가 담긴 ...

제 4권 : 칼 한 자루 말 한 필로 천리를 닫다

 

The winner takes it all.

 

승자독식사회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필요는 없다. 이긴 사람은 이긴 사람대로 세상과 역사를 바꾸고 성취감을 느끼지만 치열한 인생을 살면 되고, 진 사람은 진 사람대로 여유롭고 행복한 인생을 누리면 되기 때문이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승자독식사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를 만들어온 하나의 사회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 삼국지는 더이상 고전이라고 말할 수 없단다. 그건, 현대의 무한경쟁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세상의 이야기를 전쟁이라는 형식만 빌어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사람이 있고 나서 새로운 것은 하나 없고 언제나 과거에 있었던 일이 모습만 조금 바꾸어 반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은 일은 깨우치지 못한다. 그래서 고전에 길이 있다는 옛말은 하나 틀리지 않는다. 아무리 누가 잔소리를 해줘도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서는 성장하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도 이런 고전을 읽고 얻는, 자발적으로 취하는 잔소리로 조금씩 발전해나가는게 아닐까.

 

삼국지 속에 난무하는 온갖 병법과 지모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믿을 건 하나도 없구나 싶어 씁쓸하다. 그러다가도 관우가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유비를 찾아, 조조의 최고급 환대, 재물, 벼슬을 전부 버리고 홀연히 떠나는 모습을 보다보면 그래도 역시 믿을 건 사람인건가 하고 급急 생각이 바뀐다. 4권에서 볼 수 있는 최고 장면은 단연코 관우의 의와 절개이다. 춘추로 무장한 그의 정신, 의로움과 믿음으로 난세를 살아가는 관우에게 이야기 형식을 빌은 글로도 이렇게 반하겠는데 동시대를 살았던 조조는 오죽했을까. 그렇게 자신의 곁에 묶어 두려고 온갖 애를 다 썼음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유비에게 돌아가는 관우를 보면서 안타까웠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한 때 반했던 사람과의 약속을 지켜 예를 다해 보내주는 조조의 모습도 가히 반할만하다. 삼국지연의를 읽고 있자면 주인공이 유비인지 조조인지 헷갈릴 정도로 조조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직 유비라는 주인공의 그릇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조조라는 인물의 그릇은 어느정도 파악이 된다. 그는 분명 당대를 압도적으로 평정할만큼 이성적이고, 냉철하고, 잔혹하고, 매정하고, 그러면서도 자상하고, 예를 다할 줄 알고, 진실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았던 사람이다. 조조가 한 여러 행동 중에는 보통 인간으로서 감히 하지 못할 대담한 용서들이 너무 많아 놀랍기도 하지만 끔찍하리만치 매정하고 잔혹한 면모도 있어 치를 떨게 만들기도 한다. 역사는 승자를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인공 유비를 한 없이 치켜세우기 위해 조조의 이런 비인간적인 면모도 서슴없이 묘사했으리라 생각한다. 다소 과장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삼국지는 70%가 사실이고, 30%가 허구라고 하니까) 분명, 유비도 한 시대를 평정했던 사람으로서 조조 못지 않은 비인간적인 면모가 많았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유비의 나쁜점은 거의 묘사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삼국지연의의 헛점이 드러난다. 또는 유비의 비호감적인 면모를 시대나 정황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작가가 감싸주고 있으니 수동적인 독자라면 유비는 그저 덕이 많아 주변에 듬직한 인물을 많이 가졌던 인물로만 생각할 수 있겠다.

 

유비는 처음에 별 볼일 없는 인물로 생각되지만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대단한 인물로 생각되게 묘사한 것도 중점적으로 지켜볼 일이다. 4권을 읽는 아직까지는, 유비는 조조에 비해 그 세력도 터무니없이 작고 의탁할 곳하나 없으며 여기저기 빌붙는 모습만 보이지만 확실히 점점 그 이름과 위상을 떨치고 있으며 유비를 한 번 본 사람들은 예외없이 그에게 반하여 스스로 주인으로 섬기고 목숨을 다해 그를 위한다. 그가 다스리는 지역의 백성들은 하나같이 그의 다스림에 감사하고 영속적인 지배를 원한다. 분명, 세력적으로 봤을때 아무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천하를 다스리고 있는 조조조차도 유비만큼은 어떻게든 없애버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대체 유비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부귀영화를 버리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들며 당대 최고의 인물까지 관심을 갖고 있을까. 아직까지 유비의 매력은 잘 모르겠다. 좀 더 두고봐야겠다.

 

4권에서는 유, 관, 장 세 형제는 물론 공손찬의 부하였던 조자룡까지 드디어 합세하고, 강동에서 손책이 죽고 그 아우 손권이 강동을 다스리게 된다. 그리고 원소와 조조의 대대적인 싸움이 이어진다. 치열하다고 표현하기엔 느낌이 너무 부족한 그 대대적인 전쟁 와중에 원소가 허망하게 죽고 그의 아들들이 뒤를 이어 조조에 대항한다. 그러나 형제간의 내부분열로 인해 원가의 패망을 자초하여 결국 조조에 의해 원가는 몰락한다. 그리고 허도로 돌아간 조조는 다시 유비를 치기 위해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