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여자들이 보면 좋은 영화?-아내가 결혼했다.

gowooni1 2008. 10. 24. 07:57

 친구가 이벤트로 당첨되서, 운좋게 공짜로 보게 된 영화^^ 엄청난 광고 덕에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개봉일에 보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만장일치로 '주인아는 손예진'이라고 생각했다던 영화 제작인들과, 손씨 본인 역시 '손예진이 아니면 안되는 역할을 한다'라고 해서 도대체 주인아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이길래? 하는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었다. 한 번 보면 그 정체를 알 것 같았는데 보고 나니 더 아리송하다. 10번 봐도 '주인아'라는 캐릭터의 본성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으니, 여자들이 보면 좋은 영화라고들 하지만 나 역시 일처일부제의 제도에 심하게 물들었나보다. 그런 제도적 편견 아래, 일처다부제, 일부다처제는 내 삶에 앞으로도 100여년간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 자체로 굉장한 진보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고, 많은 사람들이 갇혀있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게 만들수 있겠다. 자신의 삶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한번쯤은 고려해 볼 수 있는 거랑, 고려도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컷

 첫 만남은 아니지만...둘만의 첫 술자리.

 '우리집에서 차 한잔 하고 가실래요?'라는 주인아의 말에 냉큼 들어온 노덕훈. 방안 책장 가득한 헌책을 보고 '이 책을 언제 다 읽어요?'라고 묻는 덕훈의 말에 '언제 읽긴요. 안 읽죠'라는 그녀. 헌책의 냄새를 좋아한단다.

 그리고 15시간 후에 다시 찾아온 덕훈. 둘은 연인이 되고^^

 덕훈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자기는 누구의 것도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주인아. 노덕훈은 아무렇지도 않은척 하다가 왕창 삐지고.

 절대로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주인아를 죽도록 쫓아다니던 끝에 2002 월드컵에서 홍명보의 승부차기 순간 프로포즈를 하는 덕훈. 분위기 때문이지 결국 인아도 받아들이는데~

 축구를 좋아하는 두 사람. 내기를 하여 이긴 인아는 자신의 소원을 저금해둔다. 그러나 나중에 그녀가 저금해둔 소원을 사용하는 순간은? 다른 남자와도 결혼하긴 하는데 덕훈과는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이때부터 그녀가 조금씩 이해하기 힘들어지는데~

 

 속옷을 입지 않은채 저런 옷을 입고 비오는 거리를 돌아다니면 기분이 끝내준다는 인아. -_-;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포토가, 대부분 영화의 앞부분에만 치우쳐있어서 중후반부 사진을 구하기 힘들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중후반부에 몰려있는데 아쉽다. 나는 내심 주인아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변모해 가는지를 궁금해하며 지켜보았다. 결국 덕훈에게 돌아오느냐, 아니면 끝까지 자신으로서의 삶을 고수하느냐. 만약 덕훈에게 돌아온다면 헤피엔딩이긴 해도 결혼이 가지고 있는 제도적 한계와 편견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고, 끝까지 그녀만의 투톱체제로 간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보다 선명해지겠지만 어떤식으로 영화를 마무리 할지가 궁금했다. 결국 영화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버리지 않았고 조금은 쓸쓸한 기분으로 영화는 마무리 되었지만, 그 이상 어떻게 엔딩을 그려냈어야 할지 나 역시 잘 모르겠다. 다 보고 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정서에 100%공감할지가 궁금해졌다. 실제로 나와 내 친구 역시 우리나라 정서에는 좀 맞지 않는다는 데 동감했으며, 영화가 다소 길었기 때문인지(2시간) 영화가 끝나자마자 총알처럼 나가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건 죽어도 안나가려고 하던 이전의 맘마미아와는 사뭇 비교되는 분위기다)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영화가 대중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소재가 일단 색다르고 손예진과 김주혁이라는 배우를 등장시켰으며, 영화 도입부분에 몰입도가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영화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세 주인공이 생각나는 영화다. 두 남자 주인공은 50%라도 여 주인공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를 받아들이고 삼위일체로 사이좋게 살아가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 거기서는 남주인공끼리도 그렇게 티격태격하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덕훈은 그녀의 다른남편을 꼴도 보기 싫어했다는 점이 좀 다른가. 사랑이 반으로 나눠진다고 생각하는 남자들과, 두명을 사랑하면 사랑이 2배가 된다는 여주인공. 과연 어떤 생각이 맞는걸까? 옳은 생각이 존재하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