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고로야, 고마워(ありがとう大五郞) : 오타니 준코 : 구혜영 역 :160p
도서관 서가에서 읽을만한 책을 고르던 중, 눈에 익숙한 제목의 책에 선뜻 손이 갔다. 다이고로야 고마워. 이 책 이름은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몰라 궁금하던 찰나였다. 마침 때가 맞아 내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일단 손에 들면, 곧장 읽어나갈 수 있는 가벼운, 그러나 감동적인 내용의 책이다.
다이고로는 원숭이 이름이다. 보통 원숭이가 아니다. 뒷다리는 전혀 없고 앞다리도 조금 자라 꼬리처럼 몸에 붙어 있는 기형원숭이다. 사진작가 오타니 에이지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기형 동물들을 촬영하던 중 발견한 원숭이인데, 이를 집에 데리고 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진작가라서 그런지 발견했을 때부터 세세한 일상들, 기념할 만한 일상들 전부가 프레임에 담겨있어 감동을 더한다.
손바닥안에 쏙 들어오는 생후 이틀째의 사진부터해서 마지막 순간까지의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한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듯하다. 이 짧은 책을 읽는 순간에도 감수성이 풍부한 나는 다이고로가 죽을 때 눈물을 흘렸다. 2년 4개월의 인생이었을 뿐이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 가족처럼 대접을 받고 간 다이고로는 비록 몸은 기형적으로 태어났을 지는 몰라도 인간가족의 보살핌을 받는 행운을 만났고 또, 사랑을 듬뿍 받는 행복한 인생을 살다 간 것이다. 다이고로가 오타니 에이지에게 선택받았기 때문에 그나마 2년 4개월을 살았지만 선택받지 못한 기형원숭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이고, 얼마나 많이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산업발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환경을 오염시켰던 인간들의 세태에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까지. 지금이야 전 세계적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지만 그 실천적 측면에서 봤을때 아직 멀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나름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다이고로를 키우면서 오타니 가족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대해 없앨 수 있었고, 이는 오타니 가족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오타니 에이지의 은퇴 후, 이 부부는 여관을 운영한다. 그런데 그냥 여관이 아니라 장애인도 편히 머물수 있는 여관이다. 다이고로의 인생은 짧았지만 그 원숭이는 다른 기형 원숭이에 비해 사랑을 듬뿍 받았으니 행복할 수 있었고 이 가족들에게는 나름의 사명까지 안겨주었으니 그 삶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이고로가 죽었을 때, 오타니 준코는 마치 아이를 잃은 것 마냥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슬퍼했다는 대목을 봤을 때는 5년전에 키웠던 우리 강아지가 생각나서 많이 울었다. 동물은 자신이 죽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일까. 다이고로는 자신이 죽기 전에 오타니 준코의 잠든 얼굴을 한시간이나 쳐다 본 후에 죽었고, 우리 강아지는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서 나를 보며 꼬리를 쳐 준 다음에 죽었다. 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정이 있고 감정이 있으며 죽는다는 예감까지 있는 것이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여 사건때문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잃었던 저자는 본인도 그 후유증 때문인지 몸이 약하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자신의 힘이 닿는 한 주위의 모든 것들-사람이건 원숭이건-에 베품을 아끼지 않는 준코의 모습을 아름답다고 생각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저자처럼 남들에게 많이 베풀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동시에,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나 스스로는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게 어딘가 숨어 있을 편견-을 없애야 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짧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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