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동물농장-조지 오웰

gowooni1 2008. 8. 28. 22:14

                                                       

 

 

 동물농장 : 조지 오웰 : 도정일 역 : 민음사 : 1998.08.01 : 160p

 

내가 자주 들르는 커피숍에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진열해 둔 책이 꽤 많다. 그 중에 1984라는 조지 오웰의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이 작가의 유명세가 있는지라 한번 보고 싶어서 펼쳐 보았다. 그러나 흥미를 느낄 수 없어서 그만 덮어 버리고 말았는데 만약 이런 경우가 있다면 나는 보통,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반드시 보고야 마는 성미의 소유자다. 오늘, '반드시 조지 오웰의 다른 작품을 한 번 읽어보고야 말겠어'라고 다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동물농장'이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고, 서슴없이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에 대해 배경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 읽기 시작한다면 첫 부분부터 큰 위화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었고, 그냥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기 때문에 첫 부분에서 심히 당황했다. 인간이 지배하는 동물들의 농장에서 농장의 주인인 존즈를 몰아내고 돼지와 개들 주축이 되어 동물들만의 동장을 세운다는 부분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뭐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다 있담? 나는 이 부분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당연히 인간이 동물들을 혼내주고 다시 원활한 농장의 일상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나의 착각이었다. 만약 그럴 목적이었다면 동물들에게 '동물은 평등하고 인간을 먹여 살릴 필요가 없다'라는 새로운 사상을 불어넣은 돼지 메이저는 등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한참을 더 읽고 나서야 알았다. 이것이 풍자와 비유를 주로 하여 구성된 소설이라는 것을. 새로운 사상을 불어 넣은 동물 메이저는 공산주의 개념을 만든 마르크스를 빗대어 묘사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메이저가 말한 '일도 하지 않는 인간을 먹여 살릴 필요는 없다'라고 말한 것은 '일은 하지 않으면서 평민들의 등골을 빼 먹는 귀족과 왕족들을 평민이 먹여 살릴 필요는 없다'를 말한 것이다. 지극히 이상적이었던 공산주의의 기본 이념을 말하는 것임을 직감으로라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제주의에 반하여 생성되었던 공산주의. 이 무조건 이상적으로만 보였던 마르크스 주의는 제대로 작동되어 혁명(동물들의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또, 공산주의는 이상적이고 공평하며 만인(모든 동물)이 행복하고 배부를 수 있는 상태를 구축할 수 있는 만능의 지배철학으로 자리잡을 것 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 작은 동물들의 혁명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모든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풍자적이다. 모든 동물들은 전제주의의 왕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공평한 나라를 세운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 국민이다. 돼지는 혁명의 주도계급이자 이후 수립되는 사회의 지배계급이며, 그중 우두머리 나폴레옹은 스탈린을 뜻한다. 이건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최고의 악역인 스탈린을 묘사하는 돼지의 이름이 나폴레옹인 이유는 아마 프랑스를 싫어하던 영국인 조지 오웰이 그냥 장난삼아 갖다 붙인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영국인은 프랑스인을 우리가 일본인을 싫어하는 만큼 싫어했고, 그래서 나폴레옹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이즈미를 싫어하는 것처럼) 혐오했던 조지 오웰의 재치가 아닐까? 뭐 아무튼 이게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이후로도 비유와 풍자를 한, 수 많은 사건들이 소설 곳곳에 깔려 있다. 그 많은 묘사가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소설을 보시길. 굳이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동물들 하나 하나의 계급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을 비유하는지, 어떤 사건이 실제로 어떤 혁명을 빗대어 말한 것인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직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처음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얼마 안되어 출판을 하려 하였을 때, 정치적인 이유로 영국과 미국의 각 출판사에서 출판 거절을 하였다고 한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출판이 되었을 때에는 날개 돋힌 듯 팔렸지만. 그만큼 소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한 사회를 대놓고 비판하는 정치적인 측면이 짙다. 그러나 풍자와 유머를 잘 이용하여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 한번 보기 시작했을 때,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흡인력이 있다.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 데에도 이 소설이 내게 와 닿은 이유는 내가 소련과 미국의 냉전시대 사람 이라기보다는, 그 냉전시대의 연속인 분열 상태에 있는 한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히 내게 스탈린 급인 돼지 나폴레옹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더 오버랩되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소설은 짧은 만큼, 모든 등장인물과 사사로운 사건들 전부가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을 말하고 있으며 그래서 결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꽤나 먼 관찰자 시점에서 아무 감정없이 서술된 사건들까지도 너무 생생하게 그려서 절실하게 와 닿았다. '어쩜 저럴수가! 정말 실제로 저랬다니!'라고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되어 고조될 만큼 그 때의 상황을 절묘하게 풍자하며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이다. 그때의 심각했던 상황이 동물들의 세계로 비춰지니 처참함은 조금 덜 할지라도, 지배계급의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말 바꾸기와 행동들은 그대로 반영되어 더욱 효과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라 말 할 수 있겠다. 동물들의 지배자였던 돼지들은 '네발로 걷는 것은 친구이고 두발로 걷는 것은 적'이라며 권력을 장악할 때에는 언제이고 결국 자기들이 두발로 걸으면서 앞 발굽에는 회초리를 드는 모습으로 피지배 계급을 지배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지배철학은 없고 권력만 탐하면 어떤 꼴로 전락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때에는 이미 마르크스 역할을 했던 돼지 메이저는 지배계급, 피지배계급 모두의 기억 속에서 소멸되고 만지 오래다. 마르크스 주의는 온데 간데 없고 결국 권력 소유자만 바뀌었을 뿐인 사회. 그것이 바로 조지오웰이 말하는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의 모습이다. 여기서 분명하게 말해 두어야 하는 점은, 조지 오웰이 마르크스 주의를 비판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사회주의자였고 좌파였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그가 비판하려던 점은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이 간판으로 내건 사회주의, 공산주의는 이미 본질을 잃고 그들만의 전제주의로 바뀌었을 뿐인 사회구조를 말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본다. 왜 하필 저자는 동물들을 비유로 하여 이렇게 풍자한 것일까? 전제주의 시대의 지배자(존즈)들이 본 일반 백성들은 , 그들의 눈에는 동등한 인간이 아니라 동물과 다름없고 이성적 판단이 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의 절대 권력과 절대 왕정은 설명이 되지 않는것 같다. 그러나 또 한가지 의문은 남는다. 왜 조지 오웰은 공산 주의의 지배 계급 스탈린을 하필이면 돼지로 묘사 했을까? 돼지보다 똑똑한 동물들이 참으로 많은 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어느 누구가 돼지를 똑똑한 동물로 본단 말인가?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돼지의 똑똑함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탐욕을 묘사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고 스스로 자문자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