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2008.08.06-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에쿠니 가오리

gowooni1 2008. 8. 6. 19:33

며칠간 공부만 한 내 머리에 휴식을 주고자, 나의 아지트 커피숍을 찾았다. 그곳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이 꽤 있다. 오늘은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빨리 읽을 수 있으며, 한권 다 읽었다 라는 포만감을 느낄수 있는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보통 그런 류의 것은 에쿠니 가오리나 츠지 히토나리, 요시모토 바나나 의 책이 많다.

 

나는 주저없이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를 집어들고 읽었다. 읽으면서 이 책은 곧장 이 작가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니까, 이 책은 작가가 1997년, 결혼 2~3년차에 여성잡지에 연재한 결혼생활에 관한 일종의 칼럼 같은 것이었다. 이것을 묶어서 출간한 책이다.

 

1997년이면 벌써 10년도 더 전인데, 에쿠니 가오리는 아직도 남편이랑 잘 살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나는 아직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의 생활이 왜이렇게 뼛속 깊에 파고들며 공감이 가는 건지 모르�다. 작가 아내와 회사원 남편의 소소한 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그냥 내가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이 쉽게 쓴 책이다. 그러면서도 묘사가 잘 되어 있어, 이 여자가 사는 공간과 이 여자의 동네, 이 여자의 생활모습과 행동반경 등이 내 눈에 그려지는 듯 하였다. 별내용은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게 전형적인 수필이다.

 

내가 맨 처음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접한 때는 대학교 1학년때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으면서였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려서, 이 책을 읽어도 별 재미도 없고 공감도 가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야 이 작가가 좋은 것은, 이 작가의 성향이 재미있게 바뀌어서가 아님을 알았다. 나는 몇 달전에도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고 또 꽤나 주기적으로 읽는 편이지만, 에쿠니 가오리 책의 색깔은 언제나 한결같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지극히 평범한 여자의 눈으로 묘사한 글들. 내가 이 작가의 생활을 이해할 만큼의 몇년의 세월을 더 살아왔기 때문에 그녀가 좋아진 것 같다.

 

지금은 40살이 훌쩍 넘었을 에쿠니 가오리지만, 내 머릿속 그녀의 이미지는 항상 청순하고 세상과는 약간 단절하며 사는 새침한 여자다. 나는 항상 그녀가 그 모습 그대로, 항상 그녀만의 색깔을 유지한 책을 많이 써 주길 바란다. 물론 변해도 상관없고, 나 자신은 사람은 변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모습을 기대해도 괜찮을 것같다. 어쩌면 나만의 욕심일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