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2008.07.07.월-스타일-백영옥

gowooni1 2008. 7. 8. 00:22

고작 일주일밖에 떠나있지 않았던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반가웠던 것은 바로, 한국어였다. 모국어 이외의 언어에게 관대하지 않은 프랑스는 영어조차 구경할 수없었기 때문에, 말이 안통하는 것의 답답함은 생각외로 컸다. 그래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꼭꼭 다짐하였다. 이번에 돌아가면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고, 시험준비다 뭐다 해서 못 읽었던 책들을 전부 다 읽어버려야지!

 

돌아온 다음날 여독을 풀고 간 영풍문고에서, 나는 일단 세 권의 책을 샀다.

 

래리킹의 대화의 법칙.- 이책은 아직은 읽고 싶은 마음이 안드나, 갖고 싶었던 책이기도 하고, 두고두고 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구입했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아직 서른살이 아니기 때문에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미리 서른살들의 고민과 심리를 파악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사서 읽었는데 어쩜 이렇게 내 마음게 크게 공감이 되던지.

 

스타일. - 이 책은 그냥 크게 웃으면서 기분전환 할 요량으로 구입. 이 책을 읽은 내 주변 친구들 역시 살만한 책은 아니고 그냥 한번 빌려서 읽으면 될 정도라고 하였으나, 왜 일까? 그냥 얼굴 한번 보지 않은 백영옥이라는 작가에게 내가 이 책을 한권이라도 구입하면 돌아가게 될 1000원가량의 인세를 주고 싶었다. 어쩌면 이 책은 1억원 고료의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상금만 받고 인세는 안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되지만.

 

아무튼 그리하여 스타일을 읽기 시작했다. 이미 첫 50페이지 가량은 서점에서 서서 읽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건너 뛰고 읽었다. 내가 서점에서 50페이지 이상을 그 자리에 서서 한번에 읽는 소설도 거의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 했을 수 있다. 내용은 가볍고, 문체 역시 너무 가벼워 소설 자체가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 문제가 있다. 일명 작품성이랄까, 그런게 부족한 느낌. (온전히 내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이정도로 잘 팔린다는 것은 시대의 검증을 받았다는 것 아닐까? 무거운 것 싫어하고, 가볍고 재미있고, 한번 유쾌한 마음으로 읽고 웃을 수 있는 것을 요구하는 요즘 우리 세대에 잘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가 속하지 않은 사회의 한 분야를 엿보고 싶어하고 경험하고 싶어하는, 다른 분야를 걷는 사람들에게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처음에는 이 소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뭐야 이건, 완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국판 아니야?' 였다. 그래서 괜히 더 반발감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읽어보니 소설 자체가 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언급하고 있길래 작가도 그 부분을 의식하면서 썼겠구나 하는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패션잡지계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 해서웨이처럼 주위에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는 직장동료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영화속에서나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조금씩 소설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이 말 하나로 인해 '그럼 한국 잡지계의 이면에는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라는 의문을 갖게 하고 점점 더 깊이 읽게 만들었으니까.

 

아무튼, 내일 모레가 당장 시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밤 2시가 되도록 읽게 만들었던 책이니만큼, 재미는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단순한 내용적 재미에 흥미가 발동해서 읽은게 아니다. 작가 백영옥이라는 사람에게 흥미가 동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35살의 뒤늦은 나이에 빛을 발하게 된 작가는 어떤 작품을 내놓았을까.(아마 내가 이 나이보다 어리기 때문에 35살이 뒤늦은 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35살이 되어서도 이 사람처럼 뭔가가 된 것이 없다면 35살이 결코 뒤늦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이 여자는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경험을 축적하여 그것을 책이라는 형태를 빌어 세상에 공개하였을까. 무엇이 계기가 되어 작가가 되었을까 등등 보다 인간적인 면에 관심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에필로그이다. 그녀는 이책의 절반 이상을 유럽 여행중에 썼다고, 에필로그에서 고백하고 있다. 아! 왜 유명한 사람들의 괜찮은 작품은 왜 다들 여행중에, 그것도 아주 먼 타지를 여행하는 중에 나오는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그렇고 이 여자도 그렇고, 그외의 예는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많은 작가들이 그런다. 나도 국내 여행이건, 해외여행이건, 여행중에 더 많은 생각이 나고, 그 생각이 잘 정리되고, 그래서 더 글이 잘 써지는 것을 경험한다. 내 경우는 내 사색의 결과물일 뿐이고, 소설같은 창작물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괜히 그녀의 에필로그를 보고는 책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나만의 공상세계로 빠져 들어, 다시 한번 외국으로 떠나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음...이번에는 지중해를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