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ing-Outside/★프랑스France-Paris

이방인이 아닌 파리지앵처럼 놀기

gowooni1 2008. 7. 1. 02:00

 

파리에서 주어진 마지막 하루..오늘만큼은 이방인이 아닌 파리지앵인척 지내보기로 결심했다.

 

사진을 그만큼 덜 찍고,

대신 이곳의 아침을 느끼고,

거리 거리를 걷고,

거리의 분위기에 취하고,

그러다 지치면 아무 카페에 들어가 상큼한 오렌지 쥬스를 마시고,

멋진 거리의 멋진 장소를 만나면 자리를 잡은 후 시간가는줄 모르게 책을 읽었다.

 

 

 

생 제르망 데 프레 거리의 카페 플로르에서 아침식사. 크루아상이 맛있다.  카페 플로르는 레 되마고 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플로르가 더 마음에 든다.

 

 

 

아침식사 후 천천히 걸어서 뤽상부르 공원에..너무 아름답고 쾌적한 공원이다. 이곳에는 태극권을 단체로 하는 파리지앵들이 참 많았다. 저 건물은 뤽상부르 궁전.

 

 

 

파리 사람들은 동양적인 것이 신비스럽다고 좋아하는 모양인데, 저건 대체 어느나라 양식일까?

동양적이면서도 어찌보면 또 프랑스 스럽다.

 

 

소르본 대학과 이어지는 입구쪽의 뤽상부르 공원

 

 

신세계 백화점 밑에 있는 고급 베이커리 달로와요가 프랑스거였다. ㅎㅎ 신기해서 한컷.

 

 

  천천히 바스티유 광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거리

 

 

1789년 프랑스 대혁명때 무고히 죽은 시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바스티유 광장의 기념탑.

개선문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이 심심치 않게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죽으면 끝인데, 죽고나서 이런 것을 만든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것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레알지구의 귀족저택이 즐비한 프랑수아 거리를 걷다가, 옛 귀족 저택을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에 들어가봤다. 궁전도 매력있고 좋은데, 이런 아담한 귀족 저택도, 내가 중세 프랑스의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을 안겨주니 매력적이고 분위기도 너무 포근하니 좋다. 이곳에서 2시간 넘게 책을 읽었다.

 

 

 

 

 이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천천히 걸어나오니 퐁피두 센터. 파리는 정말 큼직큼직한 것들이 다 밀집되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걸어서 여행이 가능한 도시이다. 참 편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다시 찾아간 에펠 탑...

 

 

맘에 드는 구도.

 

 

저녁을 먹기 위해 들른, 에펠탑 근처의 카페. 맛있는것을 먹고 싶어서, 스테이크와 약간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너무 맛있었다. 조금 짜긴 했으나... 양이 너무 많아서 반도 못먹어서 조금 아쉽다.

 

 

세느강.. 한강과 비교했을때 너무 좁은 세느강.

 

 

사이요궁. 나는 가지 않았으나, 밤에 저기 올라가서 에펠탑과 함께 어우러진 파리의 야경이 그렇게 환상적이라고들 한다.

 

 

3시간여를 걸려 올라간 에펠탑 제3전망대. 전망대마다 가격이 다른데, 제일 꼭대기인 제3전망대는 12유로이다. 사람이 많아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그래도 올라가니 너무 좋다. 시원하고 마음도 확 트이고, 내가 가본 곳들이 전부 한눈에 보이고..혼자 셀카를 찍고 있으니 한 외국인이 찍어주겠다고 해서 한장 찍었다. 세상엔 작은 호의로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선물해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저곳은 나폴레옹이 다녔다는 사관학교.....이 위에서 보니 전부 장난감 같다. 장난감 도시.

 

 

에펠탑에서 본 앵발리드

 

 

장난감같은 나무들..프랑스 특유의 정원손질로 인해 더더욱 장난감같은 느낌이 아기자기하니 귀엽다.

 

 

날씨가 너무 좋고 쾌적해서, 책을 읽건, 거리를 걷건 안성맞춤인 날씨. 나는 정말 복을 받은것 같다. 날씨 안좋기로 소문난 프랑스에서, 내가 머무는 내내만큼은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마치 프랑스가 나를 반기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 머무는 만큼은 나는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있었고,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고, 그래서 행복할 수 있었다.

 

파리에서의 나는 철저히 혼자였고, 그래서 외롭기도 했으나, 그만큼 자유로웠다. 온전한 내가 될 수 있었고, 그렇게 지내는 방식을 배운 것에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것 하나 만큼은 깨달았다. 내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하느냐 이다. 내가 무엇에 얼마 만큼 빠져 행복 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서울에서 책을 읽건, 파리에서 책을 읽건,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만큼에는 나는 그 장소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내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문득 책에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서 잠시 빠져 나와 파란 하늘을 볼 때 '아 내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구나!'하며 마주하는 장소가 나의 행복감을 배가시켜 줄 수 있는 곳이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파리의 프랑수아 거리에 있는 옛 귀족 저택에서 책을 정신없이 읽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아, 나는 지금 파리에 있지' 하는 행복감과 안도감에 얼굴에 미소가 번질 때의 그 행복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건 경험해 본 자들만이 알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깨달았다. 나는 여기서 행복한 만큼 한국에서도ㅡ 서울에서도, 인천에서도 같은 크기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것인가 보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 곳-현실-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