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가 종교적으로 이단적 사상을 심는다는 명목으로 구금된다. 종교재판을 기다리는 상황. 함께 갇혀있는 무리들 속에서도 그는 무리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재판을 받아야 하고 작가는 반론을 펼칠 기회를 달라고 한다. 어차피 이 감옥 속에서 남는 것은 시간뿐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재판관님? 재판관은 한껏 위협적으로 무게를 잡다가 말한다. 너, 어떻게 알았어. 어차피 남는 것은 시간이고 할 일도 없이 심심한 감옥 속에서 작가이자 배우인 세르반테스의 살짝 미친 돈키호테 연극이 시작된다.
이제 늙어 죽을 날만 남은 것 같은 돈키호테는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맛이 간다. 자신을 기사라고 굳건히 믿는 맨 오브 라만차,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역시 좀 모자란 듯 한 산초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은 진짜 기사 작위를 받아 자타가 공인하는 기사가 되는 것. 가만히 보니 돈키호테의 눈엔 세상에 위험 혹은 문제 거리가 많다. 팔이 네 개 달린 어마어마한 괴물과 맞서 싸워야 하고(풍차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디 둘시네아를 보호해주어야 한다(알돈자). 화려한 성의 군주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여관주인) 기사 작위를 봉작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주변 모든 사람들은 이런 돈키호테의 행동에 난감할 뿐이다.
라만차의 돈키호테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희망이라는 마음의 위안을 얻은 상태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살짝 미친들 그게 큰 대수랴 싶게 만든다. 처음에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하던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은 기사라고, 라만차의 돈키호테라고 믿는 그의 페이스에 말려든다. 여관에서 몸파는 천박한 알돈자는 이제 자신이 진짜 고귀하고 순결한 레이디 둘시네야라고 믿고 기구하기만 했던 자신의 운명이 앞으로도 꼭 그렇게만은 이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여관주인은 돈키호테 그가 비록 맛간 노인이긴 하지만 꼬박 꼬박 기사 대우를 한다. 그렇게 절대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신념으로 살아가는 돈키호테를 호위하는 산초는 그를 마지막까지 너무나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제 종교재판을 받으러 가야 하는 세르반테스. 구금실의 재판관은 작가에게 왜 그런 작품을 썼느냐고 묻는다. 지하 계단을 오르다가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세르반테스는 말한다. 이 희망이 하나도 없는 시대에, 미쳐 날뛰고 돌아가는 시대에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이 자그마한 일말의 희망이라도 얻고 인생을 좀 더 의지를 갖고 살아가보려 하는게 뭐가 그리 잘못되었느냐고. 그럼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그럴거면 마지막에 돈키호테를 그렇게 만들지 말지 그러셨어요. 미친 늙은이와 젊은 작가를 넘나드는 홍광호의 멋진 연기와 깊은 울림 있는 감동적 목소리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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