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성은 그야말로 정크푸드야, 라고 생각했던 건
한국만 벗어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기름기 많은 음식에서 벗어나고 싶어
평소에 절대 작동하지 않는 음식점 레이더를 풀가동 해
베트남 음식점을 찾아냈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맞이하는 웨이터의 명찰을 슬쩍 보니
영어로 한국 이름이 써 있다.
분명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들었을텐데 먼저
"한국분이세요?"하고 말을 건네지 않는 것 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한국인인 척 하기 귀찮거나 싫은 마음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동행한 D가 "한국분이시네."라고 확인사살을 하고 나서야
"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또 뭐람.
그는 물론 나쁘지 않다.
오히려 친절하게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고
XXXX 맥주를 소리없이 따 깔끔하게 잔에 따라 주었고
말이 통했다는 이유만으로 오불이나 디스카운트 해주었다.
단순한 웨이터의 재량으로는 음식 값의 10퍼센트를 그렇게 막
할인해 줄 수 있는 게 아닐텐데.
그래도 난 그가 별로다.
친절하고 상냥하고 할인을 해 줘도 영업적인 스마일만 짓고 있는 그는
불친절하고 무뚝뚝하고 할인을 안 해줘도 마음을 담은 서빙을 하는 사람보다
정이 안가는 게 이유다.
가식적인 미소는 가식없는 무표정보다 못하다.
하지만 나 역시 얼마나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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