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하는 여행을 꿈꾸기만 하는 여행자는
상주하는 여행을 그럴싸하게 흉내내기는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머무는 기간동안 같은 가게를 여러 번 들르는 것.
오래 오래 머물 것처럼 울월스의 생필품 코너에서 샴푸와 화장솜을 들고 기웃거리고
자주 그랬던 것처럼 스타벅스에 가서 톨 라테를 시켜 마시고
괜히 같은 서점에 여러번 들어가 책 몇 권 살 것 처럼 둘러 보고
공원에 앉아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멍 때리고
등등.
늘 마시던 커피 맛이 조금 지겨워져서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건너편 보타닉 가든으로 들어가는 길목 카페의
진한 레귤러 모카에 마음이 꾲혔는데
뭔가 한군데를 뚫었다는 적잖은 쾌감에
유치하게도 조금 즐거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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