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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저자의 인생도 엿볼수 있는 책 -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gowooni1 2008. 12. 6. 01:05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저자 이권우  
출판사 해토   발간일 2005.08.12
책소개 도서평론가 이권우의 행복한 책읽기. 책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나 같이 짧은 집중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긴 글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그래서 조금 피곤하거나, 집중하기 싫을 때, 수동적인 독서를 하고 싶을 때는 짧은 글을 읽는 편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이권우식 서평을 한데 묶어 놓은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같은 책은 그저 남이 차려놓은 밥상을 먹고만 싶을 때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굳이 수고롭게 좋은 책을 고를 필요도 없고, 단 시간에 많은 책의 개괄적 내용을 알수 있음은 물론 박학다식한 저자의 배경지식과 어우러진 지혜도 살짝 엿볼수 있으니 일석다조가 아닐 수 없다.

 

40~50여권의 책을 읽으며 그 서평을 한데 묶어 낸 저자는, 자신이 인상깊게 본 책들만 소개했다고 하면서도 절대 좋다고만 말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인상깊은 책,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할 만한 책이라 함은 한가지로 정의된다. 너무 감명 깊어서 칭찬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책이다. 그러나 이권우라는 사람에게는 나의 단순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그는 자신이 소개하는 책을 전부 칭찬으로 일색하지 않고, 좋은 부분은 좋았다고 말하고 부족하다 느끼는 부분은 확실히 말한다. 별로다 싶은 책에 대해서도 이건 별로였다고 말하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쓰지를 말지,라고 딴지 걸고 싶다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평이었거나 쓸 수밖에 없었던 직업 상의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관대히 봐주기로 했다.(내가 관대하지 않아봤자 별 수는 없겠지만)

 

저자가 살아온 인생의 길이와 독서 평론가라는 직업이 아우러진 그의 문체는 읽기 쉬우면서도 한 번 더 읽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무 생각없이 한번 읽어 내려가도 무난하지만, 다 읽고 나서 또 읽으면 뭔가 더 보이고 생각나는 게 있다. 일단 저자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무척이나 풍부하여 그 표현력이 매우 좋음을 느끼지만,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로 무장된 그의 문장에서는 당연 시간이 지체된다. 인간의 생각을 얽매는 것이 언어라고는 하지만 분명 족쇄같은 언어라도 스스로 풍부하게 가꾸어 이용하면 생각을 보다 완벽하게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도구가 된다. 그리고 나는 아직 저자에 비해 내면적으로 풍부한 언어의 밭을 갈구지 못했음을 확실히 느낀다. 더 많이 읽고, 다양하게 생각하며 풍성한 단어의 씨를 뿌려야겠다.

 

이권우식 책읽기를 뒤따라가면서, 다시 한 번 반성해야 할 점은 나의 지나친 독서편식이었는데 문학은 물론 철학, 역사 읽기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점은 항상 반성하고 있지만 또 하나 추가된 반성점은 지나치게 서구문명을 추구하는 읽기를 했다는 거다.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이 있으면 으례 서양 철학에 먼저 손이 갔고, 조선왕조실록과 그리스 로마신화가 있으면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스 로마신화로 손이 갔으니 말 다했다. 조선시대의 중국 문명 사대주의를 그렇게 비판했으면서도 나 스스로는 서구 문명 사대주의라도 빠진 양 그렇게 우리의 정신, 동양적 교양을 쌓는데 소홀했으니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프랑스에 잠깐 놀러 갔을 때, '이 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명에 이렇게 큰 자부심을 가지고 보존하려 애를 쓰고 있는데 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 사람들 만큼 우리 문명에 큰 자부심이 없는걸까?'하고 의문을 품으면서 나라도 우리 것을 먼저 아껴줘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그런 반성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 우리 것을 우리가 먼저 아끼지 않으면 누가 소중히 여겨줄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먼저 읽기 전에 고려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이웃 중국의 사기, 도덕경, 장자, 논어, 삼국지를 읽고, 일본의 대망이라도 읽어야겠다고 깊이 깊이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