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ing-Korea/전라도Jeolla

군산-선유도

gowooni1 2013. 5. 23. 01:09

 

7시간이나 걸려 내려간 군산에서도

한시간 반이나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선유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인천 앞바다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다른 섬들과는 다르게 보이고

또 그렇게 보여야만 정당할 것 같은 이상한 방어기제가 발발했다.

 

섬 안에서는 어떻게 돌아다녀야 하지,

자전거도 잘 못 타고

틀에 박힌 관광 코스를 밟고 싶지도 않은데...

그러나 막상 섬 안이 너무 작아

탈 것에 의지했다면 선유도의 풍취를 제대로 못 즐겼을거다.

 

햇살이 유달리 강렬하지 않아 오 날씨 한 번 좋네, 방심하고

하얀 명사십리 모래 해변을 따라 섬을 세로질러 걷고

자그맣게 경작된 유채꽃밭의 샛노란 빛깔을 감상하고

백령도 콩돌해안에 비할 바는 못되는 몽돌해안의 큼직한 돌들을 구경하고

키조개, 소라, 우렁, 바지락, 백합, 모시조개, 굴 껍질들의 폐허를 자근자근 밟아주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모세의 길은 눈으로만 왕복하다보니

저력있던 오월의 햇살에 목덜미 주변 강력 1도 화상을 입어버렸다.

 

유난히 사람이 북적이던 돌아오는 쾌속선 지하 마루 한 구석에 쪼그려누워

짧은 시간 달게 한숨 자고 일어나

빨갛게 달아오른 목덜미의 따끔따끔함을 참으며

어찌하여 선블록을 챙기지 아니하였단 말인가 하고 후회하고 있는데

바닷가에서만 자주 보았던 벌레 한마리가 시야에 포착.

누군가의 가방 속에 기어들어갔다가 나왔는지

사람들 신발사이를 뽈뽈거리며 더듬이를 사방으로 회전하여 신변안위를 수시로 감지하였지만

곧 도착한다는 방송과 함께 신발 찾아 신는 사람들의 발길 속에서

무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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