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일상-생각-잡담

말벌주

gowooni1 2012. 3. 1. 23:58

등장인물 : A, B, C, D, E, F, G

 

모처럼 만난 우리들은 다들 배터지게 먹었고, 조금씩은 취했다. 거나하게 취할 작정으로 휴일 전날 만난건데, 모처럼이 정말 너무 모처럼이라 쉽게 거나해지지 않았다. 하긴, 우리가 원래 만나면 코가 비뚫어지도록 마시던 집단도 아니었다. 뭔가 아쉬운 A가 2차를 제안했다.

 

A : 자자, 여기서는 그만 정리하고, 2차 가자, 2차.

B : 어디로 갈까요?

A : 멀리 가기도 귀찮고, 이 근처로 가는게 어때? 내 잘 아는 곳이 있지.

C : 어딘데요?

A : 우리 집 밑에.

D : 여기서 가까워?

A : 여기 바로 앞이에요, 누나. 1분만 걸으면 돼요

D : 너 이자식, 이렇게 멀리까지 오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지네 집이랑 가까우니까 잡은거잖아.

A : 꼭 그런것 만은 아니에요. 이 집이 하도 유명해서 전부터 한 번 와보고 싶었거든요.

     내가 대신, 2차에선 좋은 거 먹여줄게요.

E : 좋은거? 그게 뭐냐?

A : 말벌주.

F : 어머, 오빠 그게 뭐에요? 말벌주라니?

A : 말 그대로지, 말벌로 담근 술이야.

BCDEFG : (각자의 반응을 담아 동시에) 우웩, 우와, 우오, 히익, 헉

A : 왜들 이래. 말벌주 한 번도 못봤어?

G : 못봤는데. 그런것도 있어요?

A : 있지. 이번에 집에 내려가니까 우리 어머니가 주시더라.

D : 좋아, 일단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

 

-자리 이동-

A : 자, 이게 바로 말벌주다.

BCDEFG  : (일제히) 헉.

A : 이게 바로 진정한 약주야. 이거 돈 주고도 못 사. 얼마나 귀한건데.

B : 아무리 약주고 좋다고 해도 이건 좀..

C : 그래, 이건 진짜 너무..

D : 벌이 너무 많고 커. 징그러워.

E : 나도 설마 이렇게 벌이 많을 줄은 몰랐다. 크기도 엄청 크네.

A : 말벌이잖아. 괜히 말벌이겠어? 그리고, 이렇게 많은 말벌 잡는데 얼마나 힘들었겠냐?

     이 많은 것들에 쏘이면 죽는다. 이거 목숨 걸고 잡는거야.

F : 아무리 그래도.. 전 이건 도저히 못 먹겠어요. 그냥 본 것으로 만족할게요.

C: 나도

A : 그러지 말고, 한 잔씩 돌릴테니 함 먹어봐. 응? 진짜 몸에 좋은 거라니까.

D : 난 도저히 못 먹겠고, 사진이나 찍어가야겠다.

G : 난 한 모금만 마셔볼게요.

A : 진짜? 역시.

G : 너무 많이 따르진 말아요.

 

A는 G의 잔에 술을 따랐다. 1세제곱센티미터당 한마리는 족히 있는 듯한 고농도의 말벌주였던 덕분에 조금만 따랐을 뿐인데에도 새끼손가락 반만한 말벌 다섯마리가 주루룩 함께 나왔다.

 

G : 윽.

A : 자자, 마셔봐, 쭈욱. 어때?

G : 음, 괜찮네요. 살짝 달짝지근한 것 같기도 하고.

A : 그래, 괜찮다니까.

D : 기왕 마시는 거 말벌까지 먹어보지 그래?

G : 그건 좀 아니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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