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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상원사-월정사

gowooni1 2009. 10. 30. 14:09

월정사 단풍

 

오대산
한국이라면 안가본 곳이 별로 없다고 자부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가본 곳은 반드시 있었다. 잘 생각해보면 울릉도도 못가봤고, 우도도, 마라도도, 전라도와 남해의 섬들 등에도 아직 발을 못댔다. 앞으로 가봐야 할 곳이 너무 많다. 그리고 오대산 역시 아직 내가 '소문은 났지만 미개척한' 곳이었다.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는 두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다. 첫번째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그 가치를 몰라서, 매표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유턴했다.(그때는 오대산이 국립공원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돈을 내고 입장해볼 만큼의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니 만약 그때 그냥 들어갔다 해도 큰 정신적 수확을 얻기는 힘들었을 거다. 두번째는 여름이었다. 그때는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월정사의 팔각 구층 석탑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들어가 볼 수도 있었겠지만 다시한번 유턴을 했다. 가을에 단풍이 아름답게 들었을 때 와보고 싶어져서 아껴두기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두번씩이나 유예를 했던 곳이 오대산이었으니 그곳은 이제 반드시 가봐야 할 곳, 일종의 밀려둔 숙제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영동고속도로를 기준으로 강원도를 남과 북으로 나눌때, 오대산은 영동고속도로 진부 IC 근처에서 약간 위쪽에 있으며 설악산보다는 상당히 아래에 위치해 있는 국립공원이다. 설악산보다 교통상으로 가깝기도 하고 또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 꽤 많은 곳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의 탑인 월정사 8각 9층 석탑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해두던 오대산사고가 있다. 통일신라 성덕왕 때 주조한 상원사 동종도 보물로 지정되어 고이 보관돼있다. 

 

 상원사 입구

 

산속 상당히 깊숙이 위치해 있는 상원사까지 버스로 갈수 있을만큼 골짜기의 경사가 완만하지만 오대산은 정상 두로봉이 해발 1422미터나 되는 꽤 높은 산이다. 등산을 즐기지 않는 입장에서 상원사까지 비포장이긴 해도 길이 나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하긴, 그 길은 등산이라고 하기 보다는 산책로에 더 가까울만큼 원만한 길이었으니 오히려 상원사까지 걸어올라가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차들이 일으키는 흙먼지에 짜증을 부릴만 했다.

 

상원사

 

먼저 차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였던 상원사까지 올라간다음 내려오면서 월정사를 들러보기로 했다. 오대산 입구에서 매표를 하고 곧장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곧장 월정사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 한참을 올라가면 상원사가 나타난다. 월정사보다 상원사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지 단풍이 진 정도가 확연히 차이난다. 월정사는 아직 잎이 떨어지지않은 단풍나무가 많은데 비해 상원사 근처의 나무들은 벌써 잎이 없어 겨울같은 분위기를 낸다. 오히려 눈이라도 오면 더 어울릴 분위기였다. 그 높은 곳까지 엄청나게 많은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니 왠지 묘한 이질감이 든다.

 

상원사 동종


진골출신 첫번째 왕 무열왕 이후 5번째 왕이었던 성덕왕때인 8세기(725)에 만들어진 상원사 동종은 우리나라에 현존하고 있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범종이다. 이러한 사전적 지식을 가지고 약간은 기대를 하며 직접 본 상원사 동종은 최고(最古)의 타이틀과 보물이라는 타이틀이 별로 어울리지 않을만큼 소박하고 아담한 종이다. 상원사 자체가 산속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그리 크지도 않고 종이 보관되어 있는 별채(?) 역시 절과 조화를 이룬 듯 자그마한데 그 안에 보관되어 있는 동종이 클 수는 없는 일.

 

상원사에서 내려오는 돌계단

 

월정사로 내려오니 산을 넘기 직전 태양 빛을 받은 단풍의 붉은색이 선명히 돋보이며 가을의 운치를 자아낸다. 월정사는 고지가 낮은 만큼 상원사에 비해 절터가 확실히 넓으며 옆으로는 전나무숲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8각 9층 석탑은 고려시대 탑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탑신은 높은 대신 옥개석이 작아서 백제의 미륵사지석탑이나 신라 분황사 모전 석탑이 내는 안정감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문화대국이었던 송의 영향을 받은 만큼 세련미는 확실하다. 내가 이 탑을 그토록 보고 싶었던 이유는 대부분의 탑처럼 4각이 아니라, 둥그런 8각이라는 이유때문이었던 것을, 직접 보고 나서야 알았다.

 

월정사 8각 9층 석탑

 

전나무길 옆

 

오대산사고를 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인데, 약간 아쉬운 감을 남겨두어야 다음에 또 오고 싶어지는 법이라 위로했다. 참고로 오대산사고는 춘추관, 태백산, 정족산, 적상산 사고와 함께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5대 사고중 하나다. 국보로서 1893권 888책, 조선왕조 전체(고종 순종 제외)를 다루고 있는 이 실록이 유네스코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록될만큼 확실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식으로 실록을 여러 군데 나누어 보관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 전주 사고본을 제외하고 전부 소실되었던 실록을 5부씩 재인쇄하였으나 춘추관 사고본은 이괄의 난때 소실되었고 나머지는 보존되었다. 아쉽게도 오대산사고본만이 동경대학으로 옮겨졌으나 1923년 관동대지진때 대부분 소실되고 그 일부가 2006년 환수되었는데 그 수는 고작 74책뿐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실록은 태백산사고본, 정족산 사고본, 적상산 사고본이며, 적상산 사고본은 북한 김일성 대학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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