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일상-생각-잡담

2011년 마지막 날 - 지독히 시니컬함.

gowooni1 2011. 12. 31. 20:37

앞으로 이 생각이 바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몇 년간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배적일 것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난 직장생활이 싫다. 싫은 이유는 수도없이 많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고역을 일주일에 다섯번이나 감내해야 하고 별로 맞지 않는 사람과도 억지로 맞추면서 지내야 하고 진정 사명감이 느껴지지도 않는 일을 해야만 하고 가끔은 원활한 직장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억지로 쾌활한 척하며 가식 웃음으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셔야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장 싫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이 있다면 분명 직장생활에 어울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나처럼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특별한 재주가 없다면 자신의 성향을 무시하고 일괄적인 생활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는 게 참 부조리하다.

 

물론 직장생활의 이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경제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사회화가 되어 그럭저럭 인격수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을 접하면서 자신의 인격을 다듬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일텐데, 모든 사람이 그렇지만도 않은 걸 보면 이 이점은 인격의 고차원화를 꾀하는 개개인의 정도에 따라 얻을수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조직에 오래 있는 사람들의 성격이 대체로 거기서 거기인 걸 보면 직장이란 곳은 얼마나 자신을 버리고 조직이 원하는 성격으로 연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직장생활의 이점이니 본론으로 돌아가야겠다. 경제적 안정, 인격 수양 외에 직장생활의 이점이 또 뭐가 있을까? 인적 네트워크? 출세 가능성? 글쎄, 난 그런 것엔 다소 회의적이라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 어느 한 곳에 속해 있다는 안정된 소속감, 이런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긴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직장생활이 싫다. 개성을 버리고 순응해야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얼마나 무미건조한지 모른다. 자신의 개성과 조직원으로서의 성향을 적절히 조합하여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완벽히 터득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괴리감은 심하다. 그 균형만 잘 잡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개성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텐데, 그게 쉽지가 않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다, 라고 확언할 수 있으려면 그 일을 하는 시간이 다른 일을 하는 시간에 비해 길어야 할터인데 주5일 근무에 휴가는 일년에 일주일 고작 낼 수 있는 구조에서 자신이 진정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일을 직장일보다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있다면 분명 은연중에 그 일을 가장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점점 개성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타인이 정해준 일과 역할을 더 많이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거기다 바빠서 자아성찰 하는 시간까지 놓쳐버리면, 그 사람은 점점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갑자기 남아도는 시간이 생기면 예전에는 분명 개성있는 자신으로서 당연히 했을 일들조차 심드렁해져서 어떻게 그 시간을 죽여야 할지 모른다. 악순환이다. 물론 세상에는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훨씬 많고, 그런 사람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함과 동시에 남아도는 노동력을 생산력으로 바꾸기 위해 직장이라는 구조가 생겨났을 것이지만, 이 직장이 능동적인 사람조차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면 좀 문제가 있다.

 

사실 이런 말은 다 투정이다. 청년 실업 몇 십만 시대에 사치다. 개성있는 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 당당히 입지를 내릴 확신이 아직 없기 때문에 직장이라는 조직의 일원으로 일신의 안정을 얻고 있는 주제에 무슨. 아직 인격 수양의 길이 멀었으니 좀 더 부대껴보자고 스스로를 달래면서 하루하루 일어나 지하철로 발길을 옮기고 있는 주제에 무슨. 그렇지만 할 말은 있다. 불나방처럼 무작정 소속감을 찾아 취업을 할 것이 아니라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찰할 시간을 가져볼 필요는 있다는 것. 그게 없으면 방향 없고 방황하다 남들처럼 그냥저냥 조직에서 시키는 일이나 하고 단물 다 빨린다음 미래 없는 늙은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것.

오랜만에 새해 계획이나 좀 짜봐야겠다.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워 본 지도 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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