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ing-Korea/경기도Gyeonggi

용인, 와우정사

gowooni1 2011. 10. 4. 20:16

와우정사를 맨 처음 봤을 땐

뭐랄까, 이런 말을 해도 좋은지 조금 조심스러운데,

딱 잘라 말하자면 이단 같았어.

주차장에서부터 멀리 보이는 부처의 머리는

마치 단두대에서 잘린 목만 전시해 놓은 듯 혼자 댕그렁 떠있고

앞의 연못에는 작은 석가상들이 자잘하게 세워져 있었어.

절 입구에 서 있는 안내문에는

삼국통일을 염원했던 황룡사나 호국불교를 지칭했던 역사적 실존인물을 내세워

그 정신을 이어 남북통일을 기원하겠다고 하고

부처가 팔 베고 누워있는 와신상이나

마치 서양인처럼 생긴 금불상은

우리나라 조계종이나 천태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상이 아니었지.

동남아 근처에서 온 불교가 아닐까 하고 추측했었어.

이렇게 특이하고 이단스러우며 한적한 곳에 있는 절이

운영이 될지 걱정도 좀 들었어.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아마 십 년일거야, 다시 찾은 와우정사는

여전히 이단스러웠어.

그렇지만 이 절의 오묘한 분위기의 기원을 알아냈는데

태국 왕실로부터 기증받은 불상이며

그 나라 승려들이 단체로 와서 찍은 사진이며

태국어가 잔뜩 씌어진 기와가 늘어져 있는 걸 보면 금방 알 수 있지.

동남아 불교의 분위기와 한반도 불교의 분위기가 뒤섞인 이 절에도

나름 고유 종파가 있었는데

부처가 오른쪽으로 돌아누운 자세에서 열반에 들며 설파한 경전을 연구한다는

열반종이 그것이었어.

아마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인가 통일신라시대에

보덕이 창건했을거야.

근데 나는 여전히 와우정사가 하도 이단스러워서

오래되어 잊혀진 옛종교를 꺼내 정통의 옷을 입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어.

 

문화는 마치 요리 같아서 이것과 저것이 섞이면

이도 저도 아닌 특유의 빛깔을 띄게 되고

아마 자꾸 와우정사가 생각나는 건

같은 이유 때문일거야.

 

그래서 그런지 운영의 걱정은 이제 필요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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