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raveling-Korea/인천Incheon

인천 개항장 탐방-130년 역사를 거슬러:차이나 타운

gowooni1 2010. 9. 27. 22:26

한국의 근현대사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두 나라는 바로 중국과 일본이다.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 껴서 각국 세력다툼의 장이 되었던 슬픈 조선. 시대를 아우르는 혜안과 흐름을 거스르지 않을 융통성, 나아가 선방을 할 모책이 조선 말기 주도권을 잡고 있던 상류층에게 결핍되었던 게 문제였지만 다 지난 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창조하는 혜안만큼은 확실해야 할텐데 하는 우려 속에서 근현대사를 훑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리고 조선 말기, 우리 근현대사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무대는 바로 인천이다. 우리 나라 최초의 호텔도 있었고, 최초의 서구식 공원도, 최초의 교회도, 최초 자장면 발생지도 전부 인천이니 이만하면 그리 멀지 않은 인천 개항장 거리를 한 번 둘러봐야겠다는 결심이 드는 것도 뭐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 거다.

 

 

인천행 전철을 타고 종점까지 오면 인천역에 도착한다. 오는 거리는 짧은데 시간을 상당히 거슬로 올라온 기분의 낡고 후미지고 조그마한 역이지만 좋게 보자면 아담하고 귀엽고 변치않는 색을 지녔다고도 볼 수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는데 트렁크를 끈 한 외국 남자가 "Where is the 패러디 호텔?"이라 물어왔다.

"what?"

"패러디."

"스펠을 말해봐."

"패러디."

"모르겠어. 저기 인포메이션 있으니까 가서 물어봐."

하고 미안함을 표하며 남자에게서 등을 돌리고 한참 멍하니 있다가 눈 앞에서 파라다이스 호텔을 발견했다. 아, 파라다이스 호텔을 말했구나, 하고 아차 싶어서 두리번거렸지만 그는 사라졌다. 허탈한 아쉬움. 파라다이스 호텔 측에도 문제가 있음을 고한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고,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호텔이라면 인천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호텔 측면 쪽 즈음에는 영어로 간판을 달아 놓으란 말이야. 아직 우린 관광대국이 아니잖아. 친절해야지.

 

 

길을 건너 제1 패루에서 보는 인천역. 몇 년 전에 왔을 때 이 패루는 촌스럽고 중국다운 새빨간 색이었는데 좀 더 웅장한 모양의 칙칙한 패루로 바꿔버렸다. 훨씬 튼튼해보이긴 하는데, 색이 없다는 건 역시 영 차이나타운 같은 기분이 아니다. 고정관념을 싫어하면서도 차이나타운은 빨간색이 제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고, 고정관념을 싫어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도 고정관념이라는 점에서 모순. 어쨌거나, 제1 패루 옆에는 도보관광코스 지도가 새빨간 틀 위에 황금빛 비늘의 용 둘이 꿈틀거리며 여행객들을 맞이한다.

 

 

이제 막 문을 오픈하기 시작한 중국 상점들 안에서는 마치 싸우는 것 같은 중국어들이 웃는 얼굴 사이에서 마구 난사되는데, 상점 안을 청소하면서 상쾌한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의 활기찬 풍경이다. 그런 생활 속에서 호전적으로 들리는 중국어는 필수라고나 할까.

 

 

 자장면 거리. 웅장한 건물들이 올라오는 여행객을 압도적인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여기 안올거야?" 라고 으스대는 것 같기도. 미안한데, 안 가.

 

 

맛있다고 제법 알려진 만다복. 종업원들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오늘 하루도 관광객들에게 일용한 양식을 제공하기 위해 아침부터 치파오를 입고 일하는 중국인 종업원들.

 

 역시 자장면 거리.

 

1930년대에 화교들이 거주하면서 지은 중국식 건물. 아직도 중국인들이 살면서 장사도 하고 생활도 하고

 차이나타운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제 역할을 톡톡히 다 해낸다.

아, 최초의 중국집 공화춘은, 현재 자장면 박물관으로 리모델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