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는 풍요롭게, 라는 모토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지갑 덕에
그 중 저렴한 런치 메뉴로 비프 버거와 와인 한 잔을 시키고
느긋하게, 아주 느긋하게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달링 하버에서.
조금 쌀쌀하긴 한데 날씨도 꽤 포근하고 해서
그 시간을 즐기려고 늑장을 부렸다.
겨우 와인 한 잔을 비우고 의자 뒤로 등을 기댄 순간,
그 찰나 만을 기다렸다는 듯 예리한 갈매기 한마리가
내 소고기를 낚아채갔다.
세상에, 비프 버거에서 비프를 노리다니.
이건 영리한 게 아니라 영악한 거다.
고시래는 뺏기기 전에 해 두는 편이
차라리 우아할 수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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