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일상-생각-잡담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아기

gowooni1 2019. 9. 14. 15:12




어린이집 알림장에는 매일 아기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알려주며 사진도 몇 장 첨부된다. 보통 그날 했던 놀이, 가장 임팩트 있는 사진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매일 매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입장에서 늘 기다려지곤 한다.


추석 연휴를 앞둔 어느 날, 얀이가 다른 여자 아기랑 낙서를 실컷 한 벽을 배경으로 찍힌 사진이 올라왔다. 그 여자 아기가 4개월 정도 출생일이 빨라서 늘 우리 얀이 보다 키가 컸다. 그래봤자 4개월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기들의 몇 개월은 차이가 꽤 크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덧 21개월짜리로 자란 우리 얀이는 너무도 늠름한 표정으로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옆에 서 있던 여자 아기가 수줍어하며 여성스럽게 웃고 있는 게 더욱 대조를 이루었고, 무엇보다 둘의 키가 비슷해져 있는 것도 놀라웠다. 그랬구나, 내가 남자를 키우고 있었네. 감회가 새로워 다음날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느낌을 전했더니 선생님 왈,


"어머, 얀이가 여자 동생 하나를 얼마나 챙기는데요. 둘이 같이 있으면 어찌나 꽁냥꽁냥 하는지 몰라요. 호호"


그렇구나...... 엄마인 나한테는 그렇게 어리광을 피우며 안아달라 떼를 쓰기에 마냥 어린 아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벌써 오빠 행세를 하는 독립적인 개체였구나. 나중에 좋아하는 여자아이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날이 의외로 금방 올 수도 있겠구나.


생후 21개월 된 아기를 두고 벌써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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