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스 힐튼 다이어리(쿨하고 섹시하게 상속녀로 사는 법) : 패리스 힐튼 : 남윤경 역 : 월북 : 192p
이 책이 처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때는 2005년으로,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다. 그때는 학생이라서 모든 것을 돈이 드는 것과 안 드는 것으로 구분해서 행동을 하고는 했는데, 그중 돈이 안 드는 일은 강남 교보문고 가서 하루종일 책 읽기도 포함되었다. 하루종일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고 1~2권의 책만 읽어도 1~2만원은 벌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다. 그리고 이 책도 그렇게 서서 읽었던 책 중의 하나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문자는 별로 없고, 패리스 힐튼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해놨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충분히 눈요기도 되고, 재미있다. 그냥 설렁설렁 넘기면서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보면 재미있다. 물론 그녀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할말이 있어서 책을 써낸 것도 있겠지만, 대필했다는 소리도 많단다. 그런데 대필할만큼의 내용이나 깊은 이야기는 없다. 그냥 패리스 힐튼이 말로 하면 옆에서 타자를 쳐준 사람정도는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가 무려 3년이 지나고 나서야 갑자기 이 책이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다. 그때는 양장본밖에 없어서 꽤 비싼편이었는데, 보급판으로 1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출판이 되고 있기도 했고, 그냥 패리스 힐튼의 사진이 많이 있는 책이니 화보집하나 산다치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지만 나는 패리스 힐튼이 좋다. 안티가 많은것 같은데 나는 그냥 그녀가 좋다. 사실 그녀는 이미 상속녀가 아니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번 돈이 상속예정이었던 돈보다 더 많다.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는건, 아무리 이 세상에 패리스 힐튼의 안티가 많다고 해도 기꺼이 그녀의 금고를 채우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도 그녀에게 이 책을 사서 돌아가는 1000원도 안 될 인세라도 좀 보태주고자 한번 사봤다. 물론 한번 봤던 내용이라 한시간도 안되어 다 보기는 했다. 역시 문자는 없고 사진이 많다. 그래도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거의 앞부분에 쓰여 있는데, 그건 항상 자신감을 가지고 머리에 왕관이라도 쓰고 있는 것 마냥,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사람들도 자신을 상속녀로 대우해준다는 논리다. 사실 이 책에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저거고, 내용은 그게 다이기도 하다. 너무 자명해서 구구절절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사진으로 나머지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째로 하나 본다는 느낌으로 보면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고, 뒷 부분에 가서 자신의 워스트 사진을 보고 스스로 욕을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기도 한다. 항상 인생을 재밌고 즐기며 살려는 그녀의 가벼운 인생관이 책 전체에도 녹아있다.
나는 진지하게 살려는 경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생 즐기며 가볍게 생각하자고 스스로 되뇌이고는 하는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나대신 이렇게 즐겁고 많은 생각없이 가볍게 사는 사람들(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그렇게 즐겁게 사는 거라면 정말 존경스러운데)을 보면 항상 기분이 즐거워진다. 행복 바이러스라도 가득 퍼트려주는 것 같다. 나는 많은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진지하게 사는 것도 좋지는 않으며, 행복하고 즐겁게 살려고 항상 노력하기 때문에 어느정도에서 내 감정을 조절하고 웃으며 행동해야하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직은 나도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고,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확실히 정립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정립해서 나만의 굳건한 신념으로 살아가고 싶다.